국립진주박물관, 11월 30일부터 환수 기념 전시

일본인 골동품상에 의해 매수돼 1914년 고향을 떠났다가 77년만에 제자리를 찾게 되는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고향을 떠난지 77년 만에 돌아온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박물관에서도 전시를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무렵에 조성된 후 조선 시대까지 사찰과 함께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둔철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사찰이 없어지고, 석탑은 허물어져 있던 것을 1941년 일본인 골동품상이 매수하여 산청을 떠나게 되었다.

1914년 日골동품상 매수해
조선총독부 박물관 옮겨져
현재까지 國博 수장고 보관

진주博 제기 이관 요청 수용
현재 상설전시관 공사 진행
암질 연구 통해 섬장암 확인
하대석 복원 같은 암석 사용

석탑은 대구에 있던 공장 공터에 해체·보관돼 있었는데, 조선총독부 박물관의 실태조사를 통해 1942년 총독부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후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1946년 5월 27일 미군 공병대의 도움을 받아 경복궁 안에 세워졌으나, 1994년 경복궁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해체됐다. 그리고 23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석조문화재가 수장고 안에 보관된 것에 진주 이관을 국립중앙박물관 측에 요청했고, 지난해 2월 이전·전시를 결정했다.

석탑 이관·전시에 앞서 국립진주박물관은 석탑의 역사와 미술사 등 다각적 종합 연구를 실시했다.

전형적인 통일신라 양식을 계승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은 경남지역 석탑으로는 유일하게 탑 외면에 부조상이 새겨져 있다. 석탑 상층 기단에는 8구의 신장상, 1층 탑신에는 4구의 보살상이 정교한 수법으로 새겨져 있어, 당시 매우 정성들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장상과 보살상의 조합은 독특한 사례로 통일신라 후기 석탑 양식 연구에 중요한 지표가 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며, 당시 뛰어난 조각기술과 경남지역 불교미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석탑의 암질에 대한 분석도 실시했으며, 분석 결과 섬장암으로 밝혀졌다. 섬장암은 국내에 지질 분포가 적어 석탑 부재로서의 사용은 희귀하다. 그러나 산청군 범학리 일대 지질과 산지 조사에서 섬장암이 넓게 분포 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석탑 부재와의 동질성 분석에서도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연구는 석탑 복원에 활용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석탑을 옮겨가는 과정에서 석탑 부재중 하대석 이하 일부분이 결실됐고, 동일 암석을 부재로 사용해 복원을 완료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산청군 정곡리에 폐 채석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분석한 결과 석탑 부재와 동일한 섬장암 광산임이 밝혀졌다. 산청군청의 적극적인 협조로 복원 부재를 입수 했다”면서 “복원 재료를 원 석탑 부재와 동일한 산지의 돌로 복원한 사례는 국내에서 극히 드물다. 기존의 석탑 복원사업 보다 진일보한 복원 기준을 제시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립진주박물관은 11월 5일부터 석탑 재건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시작했으며, 상설전시실 개편 공사가 완료되는 11월 30일부터 복원된 석탑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박물관은 석탑 환수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며, 내년에는 석탑 연구 결과를 종합한 학술조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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