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보다 더 미세한 인과 고리
미세 플라스틱보다 더 미세한 인과 고리
  • 천미희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기획실장
  • 승인 2018.11.19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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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미세 플라스틱의 역습

“엄마~ 이제부터 화장하지 마세요.” 오늘 아침, 세수를 하는 나를 보고 초등학생 아들이 말했다. 평소에 자주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쁘니 화장을 하지 말라”고 말해 왔던 아들이었지만 이번엔 왜 그러나 싶어 되물었다.

“왜?” “화장품에도 납이 들었대요.” 아마도 어디선가 독성 물질에 대해 배우면서 들은 말인 모양이었다. 이런 말은 해양 생물 성분을 활용해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을 지원하는 연구를 다양하게 진행 중인 남편에게 익히 들어온 말이다. 심지어 화장품에 독이 들었다는 말과 함께 화장을 하는 일이 얼굴에 독을 바르는 일이라는 요지의 책도 남편을 통해서 읽은 적이 있다.

다행히 나는 남편의 연구결과물들인 천연화장품이나 에코라는 이름이 붙은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어 얼굴에 독을 바르는 일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인공적인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들이 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런 화장품을 사거나 사용하는 일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지극히 인간 중심의 사고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는 그림 한 장을 접하면서 많은 걸 알게 되었다. ‘Face to fish’라는 캠페인을 알리는 그림에는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라는 제목과 함께 사람과 물고기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처음 이 그림을 보면서는 ‘왜 화장품 때문에 바다가 아프지?’ ‘화장품과 플라스틱 바다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지?’하고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화장품에 독이 들어 있다는 말을 들어 그 독을 내 얼굴에 바르는 일은 피해왔으면서도 그 독이 바다에 가 닿을 수 있다거나, 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에게까지 영향을 줄 거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화장품 한개당 35만개
독성 흡수한 채로 생물 먹이로
진정한 美는 환경지킴이

그러나 사람의 얼굴과 마주한 물고기 그림이 알려준 내용은 내 사고의 틀을 단박에 깨 주었다. 화장품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은 사람뿐 아니라 환경과 바다에 주는 영향도 심각했다. 수많은 성분들 중 ‘스크럽제’라는 미세 알갱이의 영향은 무서울 정도였다. 스크럽제는 세안제, 치약 등에 쓰이는 미세한 알갱이로 플라스틱 성분이 대부분이다. 미세하다는 수식어에 걸맞게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10분의 1 정도 크기인 미세 알갱이들은 화장품 한 개에 삼십오만 개 정도가 들어간다고 하고 이 양은 1리터 페트병 28개를 잘라 낸 분량이 된다. 얼굴 모공 깊숙한 곳의 오염물을 잘 씻어 내주고 피부를 매끄럽게 한다고 기능성을 강조하지만 이 알갱이들은 간혹 눈썹에 남아 안구에 들어가 안구 충혈, 안구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기도 한다. 그리고 노폐물이나 각질 제거로 목적으로 문지르다 보니 민감한 피부의 경우 피부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워낙 미세하다 보니 하수 처리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침전했다가 하수 슬러지로 만드는 유기질 비료에 섞이는 경우가 많아 토양 오염의 원인도 된다. 또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들어가 독성을 흡수한 채로 해양 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이로써 사람의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이 어떻게 물고기와 대면하는지 명백해지고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라는 말은 성립되고도 남게 되는 것이다. 화장품은 사람에게뿐 아니라 바다에 사는 생명체들에게도 독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화장을 많이 하지 않고 세안제도 쓰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80여 가지의 유익한 미생물인 em이 함유된 비누로 세수, 목욕, 머리감기까지 해결하고 있다. 여행을 갈 때도 em 비누 하나면 족하다. 그리고 혹여 세안제를 살 일이 있어도 꼭 성분을 확인한다. 그러나 나같이 화장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도 평생 동안 쓰는 화장품의 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그리고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고 있는 썬크림 역시 바다의 산호초에겐 독과 같다.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게다가 요즘엔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게까지 화장이 보편화 되어가는 추세다. 그러므로 오늘도 화장을 지우는 세안제, 치약까지 많은 양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가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조사에 의하면 하루 평균 8조 개 정도, 즉 테니스장 300개 정도를 뒤덮을 수 있는 알갱이가 쏟아져 하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바다를 떠다니던 미세 알갱이들은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결국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간 그 알갱이들은 먹이사슬의 최고봉에 있는 인간이 해수산물을 섭취할 때, 독성이 100배 정도 강해져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축적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 다시 우리에게 오는지도 모른 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실감할 수 없는 것이라면 2015년 여름, 코스타리카 연안을 탐사 중이던 해양학자들에게 의해 촬영된 동영상은 플라스틱이 어떻게 바다를 아프게 하는지를 여실히 잘 보여준다. 콧구멍에 이물질이 끼어 호흡 곤란을 겪는 바다거북을 발견한 이들이 거북의 코에서 빼낸 것은 길고 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였다. 빨대를 뽑는 내내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8분짜리 영상을 나는 차마 끝까지 보지 못했다. 그만큼 피 흘리는 바다거북의 모습은 처참하고 고통스러웠다. 사람들이 어떻게 바다를 아프게 하는지, 바다 생명들은 어떻게 고통 받고 있는지 직면하는 일은 힘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 고통을 초래하는 일을 할 때는 지극히 무감하다. 매일 아침, 미세 알갱이가 함유된 치약으로 이를 닦고, 빨대로 커피를 여유롭게 빨아 마시며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무심한 행위 끝에 버려지는 것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우리는 내가 버린 빨대가 어디로 흘러갈지, 또 내가 쓰는 화장품이나 치약에 포함되었던 미세 알갱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무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인과의 도리를 공부하는 사람이 견지해야 하는 삶의 철학이고 최소한의 실천 덕목인 것이다. 제대로 알고 구체적인 행동의 변화를 스스로 시도해야만 한다. 비록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말이다. 커피를 살 때, “빨대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잊지 말고 적어도 나는 바다거북의 코를 찌르는 원인 제공자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바닷새 100만 마리와 수많은 바다거북들이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1위에 올라섰고, 우리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은 세계 최악이라고 걱정들이 많다. 환경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3년 전부터 스크럽제 화장품 생산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뉴욕,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금지 법안을 제정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는 40년 전부터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어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스크럽제 사용 금지 법안도 없고 전 성분 표시제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타르색소, 미네랄오일 등은 반드시 피해야 할 20가지 성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성분 표시를 확인 후 구매하는 게 좋겠다. 또한 모든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해도,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플렌, 아크릴레이트코폴리머 등의 표시가 되어 있다면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포함했다는 뜻이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천연 스크럽제를 만들 수 있음에도 기업이 인공 성분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대량생산과 이윤 때문이다. 과대광고로 포장된 인공 성분의 화장품을 거부하고 천연 화장품을 선택하면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천연 성분 화장품을 찾아 사용하고 그런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을 응원하는 것은 진한 화장으로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지는 내면의 아름다운 품성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은 환경을 생각하는 화장품이 ‘에코’라는 이름을 앞에 달고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나를 사용하는 동안 물을 멈춰주세요)’ 이 긴 이름이 화장품의 상품명이다. 이처럼 이름 자체로 환경 캠페인을 겸하고 있는 제품부터 멸종위기 동물을 위한 화장품도 있다. ‘립스틱을 부탁해’라는 시리즈는 7종의 멸종 위기 동물을 모티브로 립스틱을 디자인했다. 게다가 이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를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탄생시키는 가치가 동물과 자연,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다는 공생의 뜻을 실현하는 화장품의 탄생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또한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모아 오면 신제품을 주는 공병 모으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회사도 있다. 공병이 재활용되면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들고, 그것은 곧 나무를 심는 효과를 가져 온다. 나를 꾸미는 일이 지구를 추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지 않도록 화장품의 선택과 사용에서 신중해져야 한다.

우리 모두의 화장품 사용이 지구를 아름답게 하는 일에서 멀리 가지 않길 바란다. 화장품을 바르는 짧은 시간, 거울 속에서 지구와 지구 안의 모든 생명을 마주하며 모두가 아름다워지는 진정한 화장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아들은 물고기를 사랑한다. 물고기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물고기를 좋아해 수시로 물고기를 그리고 클레이로 물고기를 만든다. 이런 아들이 엄마의 화장품이 물고기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면 오늘 아침 아들의 말은 달라졌을 것이다. “엄마~ 이제부터 화장하지 마세요. 화장품 때문에 물고기가 아파요. 물고기의 집인 바다가 오염되고 있어요”라고. 화장하지 않아도 예쁘다는 아들의 달콤한 말이 아니더라도 물고기와 대면한 나의 얼굴이 부끄럽지 않도록 지구를 아프게 하는 화장품 사용을 줄여 나가야겠다.

사진 : 화장품마다 35만개 이상이 있다는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 해양 생물이 섭취해 생태계에 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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