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 스님

우리는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욱 어렸다. 인사를 드리자 스님께서는 ‘오직 모를 뿐’에 대해 말씀하셨다. 중국에서 1700 공안을 들여와 공부하는데 우리도 스스로 화두를 만들어야 된다고 말씀하신 게 엊그제 같다. 이제는 화두라는 단어를 이해하며 수행의 초입에 서 있다. 스님의 덕화를 기리며 생각나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며칠 전 도반과 옛이야기하며 그때는 그랬지 하고 맞장구치며 파안대소하였다. “스님. 나뭇잎이 아닌 꽃잎에 새겨 보냅니다. 물에 던져버렸다고.”

 

 

엄남포 보살

하루가 무사해서 다행이고 하루를 잘 견뎌내서 대견스럽고 편안한 잠에 들 수 있어 고맙다. 꼬불꼬불 산길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다 늦은 시간이 되어 절에 도착하였다.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공양주 보살과 같이 자겠다고 했다. 처음엔 잠시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자 했는데,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나도 일상에서 구미(口味)를 느끼지 못할 때가 있던 차에 내 마음을 살찌우는 밤이 되었다. 성과 속, 빛과 그림자, 볕과 그늘이 결국 하나인 체험을 하며 부풀어 오른 풍선도 공기가 빠진 풍선도 모두 풍선이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날 우연히 찾아오는 삶의 즐거움에서 진정한 보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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