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달라이라마 11월 5일 외신 인터뷰서 밝혀

14대 달라이 라마가 최근 전통이 아닌 새로운 제도로 후계자 선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출처=달라이 라마 공식 홈페이지

티베트불교 최고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후계자를 민주적으로 뽑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발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달라이 라마는 전임자의 환생자로 지목된 어린 소년이 대를 이어왔다. 하지만 현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가 변화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는 중국정부의 티베트 탄압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대 달라이 라마는 11월 5일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니혼케이자이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기존 달라이 라마 선출 방식은 오래된 제도다. 변화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나는 민주주의를 신봉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계자 덕·지혜 있는 고승
또는 20세 전후 인물 적합
‘中 간섭 최소화 위함’ 분석
이달 말 고승위원회서 논의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후계자로 덕과 지혜가 있는 고승이나 학식이 뛰어난 학승을 언급했다. 적절한 자질을 갖춘 20세 정도의 인물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동안 어린아이들 가운데 환생자를 찾아 교육해온 전통적인 환생제도를 폐지하고 성인 가운데서 후계자를 찾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이를 가톨릭교회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로마교황을 추기경들의 선거에 의해 뽑는 것과 같은 제도의 도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서는 콘클라베라는 절차를 통해 교황을 투표로 뽑는다. 이런 후계자 선출 방식은 이달 말 다람살라에서 열리는 고승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달라이 라마의 갑작스런 후계자 선정 방식 변경 논의와 관련해 언론들은 건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수년 전 인도 병원에서 전립선암의 초기증상을 발견했고, 미국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아 완치했다”고 일축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이런 후계자 선출방식의 변화가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1951년 티베트를 점령하고, 달라이 라마의 정통성 부재를 티베트 지배의 명목 중 하나로 꼽았다. 또한 환생여부의 검증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정부가 독자적인 후계자를 내세울 가능성도 높다는 문제도 제기돼왔다.

달라이 라마는 또한 이 인터뷰서 로힝야족 문제도 언급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무슬림인 로힝야족이 박해를 받는 것에 대해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과 얘기를 나누고 편지를 보낸 적 있다고 언급했다. 수치 국가자문은 그에게 문제 해결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편지에 대해서는 답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도의 테러라는 보도를 보고 매우 슬펐다. 부처는 이슬람교도를 도와줬을 것”이라며 “종교의 이름으로 살상을 일으키고 특히 어린이들이 희생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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