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전생의 원인 결과를 알게 되는 수행여정

부처님께 부지런히 바치면서 내 마음속에서 어머니에 대한 불쌍한 마음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는데, 동시에 어머니 역시 아들에게 매달리는 마음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어머니와 맺은 업보의 해탈인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와 나는 무슨 인연을 맺었기에 그렇게 불쌍하고 애절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전생에 맺은 인연은 과연 무엇인가? 어머니를 생각해도 마음이 편안해진 어느 날, 검은 고양이를 꿈에서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어째서 검은 고양이가 보일까? 무슨 뜻일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개꿈은 아닐까?

그 검은 고양이 꿈의 뜻을 모른다는 생각도 정성껏 부처님께 바치면 그 뜻도 알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당시 내 공부 정도로는 그 검은 고양이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선지식께서 금강산에서 수도하시던 중 체험하신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일제에서 해방의 희망을 가지고 금강산에서 공부하던 어느 날, 기도 중에 홀연히 한 광경이 눈앞에 떠올랐다. 분명히 해방되었다고는 했는데 서울은 동경에 매어 있고, 평양은 아득한 북쪽 어디쯤에 매어 있는 장면이었다. 어째서 서울과 평양이 서로 다른 곳에 매어 있을까?

그러나 더 이상은 알 수 없었다. 해방이 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내용은 알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은 그 광경을 보기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였다.

수행과 기도를 계속해 나가며 마음속에 탐심, 진심 그리고 치심이 점차 소멸되자 비로소 그 뜻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때가 해방되기 10년 전이었다.

1945년 8월, 서울이 동경에 매인 것은 맥아더 사령부가 동경에 있기 때문이었고, 평양이 북쪽 어디엔가 매인 것은 평양이 모스크바의 지시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말씀처럼 꿈속에 보이는 검은 고양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것은, 해방이 되었는데 서울이 동경에 매인 것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꿈에 본 검은 고양이를 생각하며 계속 그 생각을 부처님께 바치자 검은 고양이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그때에 선지식께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너의 어머니는 전생에 절간에서 만난 인연으로, 실은 너의 상좌였다. 제자인 어머니에게 물건 관리를 맡겼는데 어머니의 손버릇이 시원치 않아 어머니인 상좌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관찰하고 종종 의심하였던 것이다. 남의 잘못을 들여다보는 마음은 바로 고양이 마음이요, 그런 마음의 연습은 고양이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너는 전생에 어머니를 의심하고 간섭하나 연고로 사람 몸을 잃어버리고 고양이 몸을 받게 된 것이었다. 물건에 대한 애착심이 동반되었기에 고양이의 몸의 색깔이 검은 것이었다.

네가 금생에 어째서 너의 어머니 집에 태어난 줄 아느냐? 바로 전생에 가졌던 어머니에 대한 허물을 꾸짖기 위해 그 집에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너는 어머니의 말에 톡톡 쏘는 기질이 있었다.”

“꿈속의 검은 고양이는 전생 어느 때인가 너와 너의 어머니가 맺은 업보의 모습인데, 그 업보의 모습을 보는 것은 고인(古人)은 각지즉실(覺之卽失)이라 하였다. 즉 보게 되고 알게 되니 업보 업장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네가 어머니와 맺은 업보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 너의 어머니에 대한 불쌍한 생각, 즉 애정이 어느 정도 해탈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불쌍한 그 마음을 좀 더 정성껏 잘 바친다면 이와 관련된 구체적 사실까지 상세히 알게 돼 어머니에 대한 모든 미련을 다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알아지는 이 현상, 그것을 지혜라 한다.”

확실히는 몰라도 어머니와 맺은 전생의 인연을 대충 알게 된 셈입니다.

지금은 매우 어설프게 아는 정도이지만, 더욱 철저하게 바치는 연습을 한다면 모든 것을 확실히 규명하고, 잘하면 나와 같은 못난이도 도인의 반열에 올라설 수도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