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ABC사업단, '용암당유고·괄허집' 발간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의 '용암당유고·괄허집(사진 왼쪽)', '대흥사 편-④재정 관련(사진 오른쪽)'

조선 후기 사찰 불사를 문학적으로 기록했던 두 선사의 문집이 한글로 번역돼 발간됐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ABC)사업단(이하 ABC사업단)은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시리즈인 <용암당유고·괄허집>과 사지자료집인 <대흥사 편-④재정 관련>을 각각 간행했다”고 밝혔다.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일환
신흥사·김용사 불사 기록돼
대흥사 재정 문헌 자료집도


한국불교전서 한글본 역주 사업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총 324종에 달하는 불교저서를 집대성한 한문불전 ‘한국불교전서’(전 14책)를 한글화하는 사업이다.

고승들의 사상과 행적, 각 시대의 불교문화와 역사, 철학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우리말로 알기 쉽게 집대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는 <용암당유고·괄허집>으로, 조선 영·정조대 설악산 신흥사와 문경 운봉사(현 김용사)에 주석하며 그 지역의 중창불사를 문학적으로 기록한 두 선사의 문집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용암당유고(龍巖堂遺稿)>는 조선 후기 영조 대에 설악산 신흥사 내원암에 주석했던 용암 체조(龍巖體照, 1713~1779)의 유고 문집이다. 문집에는 시 79편과 기(記) 3편, 잡저(雜著) 1편이 수록돼 있다. 시 작품은 사시사철 변하는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담았고, 그 속에서 청정한 마음으로 수행하는 승려의 삶을 반영했다. 청담을 나눈 여러 선사와 설악산을 유람하는 지방 관리와의 만남에서 얻게 되는 감흥이 담담하고 소박하게 표현돼 있다. 기문(記文)에는 설악산 신흥사의 중창불사와 관련된 발원문들이 있어 조선후기 중창불사의 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묶인 <괄허집(括虛集)>은 조선 후기 영·정조 대에 경북 문경의 운봉사(현 김용사)에 주석했던 괄허 취여(括虛取如, 1720~1789)의 문집이다. 문집은 2권 1책으로 1권에는 시 작품 126편이, 2권에는 문 3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의 특징은 수행의 자세나 선리에 대한 언급이 많으며, 산문은 주로 인근 지역의 사찰과 암자의 불사와 관련된 글이 많다.

아울러 그의 행장이나 문집의 서문을 보면 정범조·권상일 등 퇴계 이황의 성리학을 계승한 안동지역 유학자, 문인들과 깊은 친분을 나눈 것으로 드러난다.

ABC사업단은 “<용암당유고>는 설악산과 신흥사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조선후기 불가 한문학의 구현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면서 “<괄허집>은 18세기 경북 내륙지역의 중창불사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적 가치를 지니며, 제한적으로나마 18세기 유불간의 교섭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문헌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 각지의 사찰에 소장된 귀중한 불교문헌을 조사하고 가공해 서비스하는 ‘사지자료집 시리즈’는 ABC사업단에서 발굴한 사찰 역사 자료를 영인·탈초·번역해 학계와 일반 독서계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출간한 <사지자료집4, 대흥사 편-④재정 관련>은 전남 담양의 용흥사에 소장되어 있던 대흥사 고문헌을 본 사업단이 발굴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대흥사의 사찰경제와 관련 있는 재정문서를 대상으로 했다. 재정관련 문서는 대흥사 소유 토지의 위치, 세수의 양, 부속물 등 대흥사의 경제 규모와 경영의 실제적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서 의의가 크다.

여기에 수록된 문헌은 모두 13종이다. 이들 문헌은 사찰 운영의 실증적 자료로서, 해남 대흥사의 역사를 살펴보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자료적 가치가 있다.

ABC사업단은 “자료집 마지막에 수록한 ‘대둔사 성조소 일기’는 매우 심한 초서로 쓴 것을 탈초해 학계 최초로 공개하는 것”이라며 “이 문서는 1900년부터 1901년까지 약 1년 2개월에 걸쳐 기록하였는데, 대둔사의 건축사업 관련 출납금액을 일자 별로 매우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당시 경제사, 생활사를 확인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실증적 자료”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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