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부속여고 전통으로 자리잡은 수능 격려엽서 전시.

1학년 학생들의 첫 미술 시간, 올해도 새내기들을 맞이했다.

“다음시간에는 상반신 사진을 찍어줄 겁니다. 출력한 사진을 나눠주면 꾸며서 제출해 주세요. 2년 뒤 수능시험 전에 돌려주겠습니다.”

찍기 싫다며 애교 섞인 반항을 하던 아이들은 정작 사진을 찍을 때 난리가 난다. 미술실 가득한 물감 냄새는 화장품 내음으로 바뀐다. 틴트, 마스카라 등 각양각색 화장품이 허공을 가르기도 한다. 좀 더 예쁘게 나오려는 학생들 모습이 귀여웠다.

갖가지 포즈에 다양한 각도로 열심히 촬영하건만 아이들은 계속 찍자고 했다. 1장만 더 찍자는 학생들의 아우성에 마지못해 찍고 나니 “제일 처음 것으로 뽑아주세요”란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에게 출력한 사진을 나눠줬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비교하며 깔깔거리다가도 사뭇 진지한 태도로 사진을 꾸몄다. 미래의 희망과 꿈에 대해 적을까 싶었지만 실제로 쓰는 것은 ‘A대학, B대학 진학’이 대다수다.

각자 사진을 다 꾸미면 이제 엽서를 쓸 시간이다.

“지금 여러분들의 사진은 2년 뒤에 빛을 볼 거예요. 나눠준 엽서에는 3학년 선배들에게 글을 쓰는 거예요. 내 가족에게 쓴다고 생각하고, 선배들의 힘들고 지친 마음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담아 써 봅시다.”

아이들은 사진을 꾸밀 때보다 더욱 진지한 자세로 한 자 한 자 엽서를 채워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수능 D-10일. 나는 미술반 친구들, 지도교사와 함께 엽서와 사진을 붙여 코팅 작업을 했다. 올해에는 교법사 선생님이 부처님 가피가 담긴 소원 실팔찌를 지원해주셨다. 엽서사진에 소원팔찌, 그리고 미술반 화담이 마련한 초콜릿까지 동봉해 포장하니 제법 알찬 선물이 됐다.

11월 5일, 학교 운동장 옆에는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예요’라고 적힌 후배들의 진심이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 한쪽 공간에는 붉게 물든 단풍나무 가지에 엽서와 사진들을 걸어 전시했다. 1교시가 끝난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3학년들이 우루루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민성화 동국대부속여고 미술교사

“이런 행사가 있었나”라며 자기 얼굴을 찾던 학생들은 2년 전 자신들 모습을 보고 친구들과 손사래를 쳐가며 웃었다. 아이들 뒤로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교장, 교감 선생님이 보였다. 동국대부속여고 아이들아~ 내년 수능시험장에는 가지마라! 모두 파이팅!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