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그런 가운데,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은 자영업자라고 한다. 자영업을 하는 음식점, 가게 등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종로의 한 건물주는 3000만 원이던 보증금을 무려 1억 원으로 올려달라고 하고 임대료는 4배 가까이 인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임대인은 올릴 수 없다고 하며 옥신각신하다가 끝내 건물주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흉흉해지는 인심 속에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천의 한 건물주는 자신의 건물 세입자들에게 임대료를 1년간 15~20% 낮춰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 건물주가 어려운 경제 감안해
임대료를 15~20% 감면해 ‘화제’
세입자 “열심히 장사할 것” 희망

중생과 동고동락하는 마음 ‘同事’
남을 위한 일은 곧 나를 위한 일
이기심, 결국 스스로를 불행케 해  

甲들의 언행으로 시끄러운 현 시대
‘同事’의 정신을 중시하는 사회되길


그는 언론을 통해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상생 차원에서 결심을 했다. 함께 고통을 부담하고자 임대료를 내렸다”고 했다. 그 건물 세입자 12명 모두가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그 중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은 “월 100만원이 낮추어졌다”며 “10년 넘게 가게를 했지만 건물주가 자진해서 월세를 내려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 역시도 운영이 어려워 업종을 바꾸어야 되나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건물주가 월 100만원이나 자진해서 감면해 준다고 하니 “고마워서라도 계속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떡볶이 가게 주인의 주변 반응이다. 그가 임대로 감면을 지인에게 말했더니 “장난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는 건물주가 스스로 월세를 낮추어 준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됐음을 말한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을 뿐, 그런 마음을 쓰는 분들은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아는 한 보살님은 큰 부자는 아님에도 오래 전부터 세입자의 형편에 따라서 단 하나 뿐인 월세를 조정해주고 있다. 그 분 자신이 젊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정말 어려울 때 임대인이 월세를 낮추어주었다는 것이다. 그 고마움을 잊을 수 없어서 자기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울 때는 몇 만원이 아쉽고, 몇 십만원 이상은 큰 부담이 된다. 한번만 입장을 바꾸어보면 그 고통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이 전부인 양 하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금전적 이익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같은 일련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보살의 사섭법 중 ‘동사(同事)’가 떠올랐다. 동사는 중생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마음이다. 우리의 본성에는 본래 남의 아픔을 공감하는 연민심, 자비심이 있다. 부처님 말씀처럼 모든 존재는 연기법으로 연결되어 더불어 살고 있기에 상생할 수밖에 없는 존재며, 남을 위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 된다.
 

황수경 동국대 겸임 교수

모든 건 ‘자리이타’다. 세입자들이 잘 되면 건물주도 좋을 것이다. 월세 부담이 덜어진 분들도 좋겠지만, 아마 건물주 자신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 자기만 생각하는 어둡고 이기적인 마음이 들 때는 결코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다. 건물주로서는 ‘내 이익만 챙기는 탐심’에서 오는 고통이 덜어졌을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내가 손해 본다, 희생한다’는 마음 없이 이루어질 때 더 큰 공덕이 될 것이다. 어디서나 남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은 한결같이 “제 마음이 편해지고 제가 받는 것이 너무 많아요”라고 한다.

우리는 현재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타인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쓰고 있을까. 금전은 물론, 이익이 된다면 무엇이든 더 가지려고, 더 차지하려고 오히려 주변을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모든 것은 공해서 지나갈 뿐 영원한 자기 것은 없다. 지혜롭게 무상을 생각하고, 탐진치로 인한 과도한 집착들은 놓아버렸으면 한다.

갑들의 언행으로 시끄러운 사회다. 진심으로 남을 생각하는 보살의 자비로운 마음과 실천으로 우리 사회가 따뜻해지고, 국민 모두가 자기만 생각하는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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