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서 ‘청정도론’ 한글로 만나세요”

“〈청정도론〉은 빠알리 원어 〈비쑤디막가(Visddhimagga)〉로 그 의미는 ‘청정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청정은 궁극적으로 ‘열반’을 지칭합니다. 다시 말해 〈청정도론〉은 결국 ‘열반의 길’이라는 말이죠. 이 논서를 통해 많은 대중이 바른 깨달음의 길을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사진〉은 11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정도론〉 완역 발간의 의미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며 말머리를 풀었다.

상좌부 불교 난해한 논서
1년 6개월 걸쳐 완전 번역
100여 쪽 해제·도표 첨부
3832여 주석으로 이해 도움

〈청정도론〉은 남인도 출신인 붓다고사가 AD5세기경 마하비하라파의 초청에 스리랑카로 들어와 저술한 논서다. 전 회장의 설명에 따른다면 “〈청정도론〉은 빠알리대장경에 속하지만 빠알리삼장뿐만 아니라 주석서에 이르기까지 가장 방대하고 정교하게 통합된 남방 테라바다 불교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청정도론〉이 쓰인 역사적 계기도 주목할 만하다. 대승과 소승간 일종의 경쟁이 불교 역사상 가장 난해한 논서가 저술되는 연유가 됐기 때문이다.

“붓다고사가 스리랑카에 온 이유는 아쇼카왕의 아들 마힌다 장로의 법맥을 계승한 마하비하라파가 초청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스리랑카는 산스크리트적 대승불교 사조가 유입되면서 테리바다 불교 전통에 위기가 왔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마하비하라파는 붓다고사를 초청해 경·율·론 삼장뿐만 아니라 고대 싱할리본 주석을 섭렵하게 해 〈청정도론〉을 완성케 했습니다. 이를 통해 붓다고사와 마하비하라파는 정통 테라바다 불교의 기초를 세울 수 있었죠.”

〈청정도론〉은 크게 계행과 삼매, 지혜로 나눠지지만 각 부분마다 여러 문제들을 굉장히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어 그 양도 방대하다. 색인 포함 1533쪽이 달하는 이 논서를 번역하는 데 전 회장은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짧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지만, 평생을 빠알리 성전을 번역하는 데 매진했던 공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의 공력은 100여 쪽이 넘는 해제와 〈청정도론〉에 나온 법수들을 정리한 도표, 총 3832개의 주석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노력의 산물은 독자들이 난해한 논서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된다.

이 같은 〈청정도론〉은 어떤 독자들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전 회장은 조금 더 전문적 수행으로 나아가려는 불자들은 〈청정도론〉을 읽기를 권했다.

“〈청정도론〉은 매우 치밀하고 시스템화된 논서입니다. 고도로 형이상학화된 대승불교적 공사상이나 유식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궁극적 청정에 이르는 우리의 마음을 관통할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전문적으로 초기불교 수행하시는 불자들이 읽으면 자신의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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