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 맞은 조계사 원심회 걸어온 길

불기 2562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4월 14일 열린 ‘조계사 장애인 불자대법회’서 원심회 회원 스님들이 수화공연을 하고 있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장애인 전법단체 중 한 곳인 조계사 원심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조계사 장애인전법팀 원심회(회장 김경환)는 11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서 ‘〈백유경〉 수어(수화언어)영상 고불식 및 창립30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한다. 행사서 최초로 영상이 공개되며 제작된 DVD는 무료 배포된다.

88년 창립… 초대회장 덕신 스님
불자 수화통역사 20% 배출
의식·찬불가 등 ‘불교수화’ 정립
1998년엔 〈불교수화집〉 발간

창립 30년 ‘백유경’ 프로젝트
불교우화 30편, 수화영상 제작
11월 18일 고불 및 기념법회


원심회는 “불교는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가 아닌, 청각장애인들에게도 활짝 열려있는 종교임을 알리고, 이들이 수화를 통해 불교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장애인포교의 중심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원심회는 해당 영상 제작 프로젝트를 2년간 진행했다. 먼저 경전에 실린 불교우화 중 30편을 선정한 뒤, 청각장애인 회원은 출연 및 감수를, 수화통역사 회원은 촬영·편집을 맡아 22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제작했다. 조계사(주지 지현)와 초대회장 덕신 스님의 후원도 있었다.


불교 대표 수화포교단체의 시작
원심회는 불교를 대표하는 수화포교단체로, 청각장애인과 수화언어통역사가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불교계 단체이다.

초대회장 덕신 스님(1988~2005, 대구 대륜사 주지)은 1980년대부터 범종교 봉사단체와 인연을 맺으면서 불교가 이웃종교에 비해 장애인을 위한 활동이 부족하다는 고민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스님은 1988년 원심회의 전신인 강남 원심포교원서 수화교육을 받고난 뒤, 강사·수강생 10명과 함께 원심회를 창립했다.

초창기에는 사무실과 법당 없이 옮겨 다녔지만, 1992년 조계사불교대학 지하에 원심회 법당을 마련했다. 원심회는 이후 조계사 내 장애인전법팀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현재 전국 불자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50명 가운데 원심회 출신은 10명으로, 원심회 내 수화통역사 7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989년부터 청각장애인법회를 개설해 정기 수화법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비장애인 대상 초·중급 수화교육 강좌를 상시 운영하고 각 단체에 수화강사를 파견하는 등 장애와 수화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 제고와 인식 개선에 진력을 다해왔다.


‘불교수화’ 표준화·정립 성과
특히 불교 수화언어를 표준화하고 정립한 이들이 바로 원심회다. 이전까지 청각장애인들은 불교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다. 원심회는 한국수화 단어 내 불교관련어가 5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기본의식인 삼귀의, 사홍서원, 반야심경 등 ‘불교수화’를 창안했다.

1998년 〈불교수화용어집(자비의 손길)〉을 출간한 원심회는 2010년부터 불교수화 표제어 1,071개를 웹사이트에 업로드해 누구나 불교수화사전을 검색할 수 있도록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수화로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거나, 찬불가를 수화로 통역하는 방법 등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불교를 접할 수 있게끔 시도했다.

원심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불교수화 동영상 제작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간 불교수화단어와 찬불가, 경전 등을 수화언어로 번역해 영상화한 뒤, 전국 법회와 청각장애인 및 불교수화를 알리고자 하는 곳에 무료로 배포하는 사업이다. 2008년 창립 20주년 사업서는 찬불가 55곡 및 불교수화단어를, 2013년에는 불교의식 및 찬불가 총 46편을, 2015년 창립 27주년 사업으로 〈천수경〉 수어 역경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최초 청각장애인 포교사 배출
그간의 노력 끝에 원심회는 2010년 8월, 청각장애인 최초로 조계종 포교사를 배출한 값진 성과를 얻었다.

김경환 원심회 회장은 “원심회는 30년간 어떤 영리적인 목적 없이 청각장애인들에게 불교의 실천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며 “부처님 말씀을 보고 싶어도 실질적으로 갈 곳이 원심회 한 곳뿐인 현실이 부끄러우면서도 큰 책임감을 느낀다. 어쩌면 이런 사명감이 지금까지 원심회를 지탱해올 수 있는 버팀목이 된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처음 수화법회에 참석한 1992년만 해도 불교수화도 몰랐고, 교리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김 회장은 “보는 언어를 쓰는 청각장애인 특성상, 청각장애인 포교는 문자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영상을 통한 포교가 가장 좋다. 원심회가 관련 영상 제작에 힘을 쏟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며 “지금까지 불교기본의식을 수화언어화한 것처럼 앞으로 기초교리, 부처님 일대기 등 포교자료로 활용할 동영상 제작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계종 포교원 장애인전법단장 도륜 스님은 “장애인전법에 예산 및 인력이 전담된 이웃종교계에 비해 현재 불교계는 일부 스님과 불자 외에는 관련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청각장애인 포교사도, 수화로 포교 가능한 스님도 각각 1명밖에 없다”며 “각 사찰과 불자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숨어있는 불자 장애인들을 발굴하는 첫 걸음은 격려와 작은 관심임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원심회 수화찬불가 4기 교육생들이 수업하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