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경영 산문에 들다] 20. 교구본사의 포교시스템
[사찰경영 산문에 들다] 20. 교구본사의 포교시스템
  • 조기룡 교수
  • 승인 2018.11.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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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수행·포교 종가 역할 필요
사진은 예비포교사 집체교육. 본사가 포교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교구 포교인력 활용이 필수다.

 

한국불교에는 종단별로 본사(本寺)들이 있다. 본사는 포교와 행정의 편리를 위하여 획정한 구역인 교구(敎區)를 관할하기 때문에 종단에 따라서는 교구청이라고도 부른다. 그만큼 말사(末寺)라 불리는 본사 산하의 사찰보다는 규모가 크다. 본사는 절 집안에서 종종 큰절로 불린다. 절의 규모가 커서 그렇게도 부르지만 세속에서 맏형 또는 그 자손의 집을 큰집으로 이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그 큰집 중에서도 보다 큰집이 종갓집이다. 엄밀히 보면, 절 집안에서 본사는 큰집이기 전에 종가다.
종가(宗家)는 한 문중에서 맏이가 이어가는 큰집으로 집안의 중심이 되어 가풍을 계승하고 대소사를 주관한다. 조계종의 교구에 있어서는 큰절로 불리는 본사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조계종의 지방조직은 1개의 본사와 이에 소속된 수십에서 수백 개의 말사로 구성된 24개의 지역교구로 획정되어 있다. 이에 각 본사는 말사들의 중심이 되는 종가 사찰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조직은 수행·포교가 목표
교구본사는 총림역할 수행 필요
말사 개별 포교 한계 보완해야


그러나 실제로는 교구를 아우르는 중추 사찰인 종가보다는 개별 대찰(大刹)로서의 역할에 보다 충실한 것 같다. 본사가 교구의 사찰들을 아우르면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혼자 크기에 바쁜 것처럼 보인다. 본래 본사는 말사들의 수행과 전법을 이끌어주어야 한다. 본사가 교구의 종가가 된다는 것은 종무행정뿐만 아니라 수행과 전법을 위한 교구 중심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본사는 말사주지에 대한 품신, 말사로부터의 분담금 징수, 본말사주지회의 운영, 말사에 대한 감사 등 총무원과 말사 사이에서 행정기능을 주로 하고 있다. 교구 종가의 본분인 수행과 전법은 차치하고 방편인 종무행정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조직은 수행과 포교가 최상의 목표다. 수행은 깨달음을 향하는 승가공동체의 종교적 정체성을 담보하는 것이고, 포교는 한 사람이라도 더 깨달아 중생고(衆生苦)로부터 벗어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사는 말사들이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중추여야 한다. 

우선, 본사가 교구의 수행 중심지가 되는 것부터 고민해보자. 본사가 교구에서 수행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선 총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조계종의 종헌과 종법에 따르면, 총림(叢林)은 선(禪)·교(敎)·율(律)을 겸비한 방장의 지도하에 스님들이 모여 수행하는 종합수행도량으로 선원, 강원(승가대학), 율원 그리고 염불원을 갖추어야 한다. 조계종은 영축총림(통도사), 해인총림(해인사), 조계총림(송광사), 덕숭총림(수덕사), 고불총림(백양사), 팔공총림(동화사), 금정총림(범어사), 쌍계총림(쌍계사) 등 8곳의 총림을 지정하고 있으며, 총림의 운영 주체는 교구 내 사찰의 연합체가 아닌 단위사찰로서 본사이다. 이는 본사가 총림 진흥의 주체임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본사가 교구의 수행 중심지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사는 교구의 불교진흥을 책임지기에 말사들의 행정센터에서 나아가 승가의 수행 중심지로서 역할을 감당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사의 총림들이 종합수행도량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는 총림의 지정과 운영이 다분히 형식적·정치적인데서 야기된다. 조계종의 <총림법>은 총림을 구성하는 선원, 강원, 율원 그리고 염불원 중 2개 이상이 사실상 운영되지 않고 1년 이상 경과하였을 때 총무원장이 총림지정 해제를 중앙종회에 제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총림 중 선원, 강원, 율원, 염불원을 전부 갖추지 못한 본사도 여러 곳이다. 이와 같이 기본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본사가 총림으로 지정되고 있는 것은 총림의 지정과 운영이 형식적·정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총림의 지정과 운영의 부실을 막는 데는 종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강화 방안’과 종법을 현실에 맞추어 수정하는 ‘완화 방안’을 모두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강화 방안은 ‘본사 내’에 선원, 강원, 율원, 염불원 등이 모두 갖추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총림 지정을 종헌·종법대로 해제하는 방안이다. 반면 완화 방안은 총림의 지역을 ‘본사 내’가 아닌 ‘교구 내’로 확대하여 교구에 선원, 강원, 율원, 염불원을 분산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다만, 완화 방안의 경우에는 총림의 선원, 강원, 율원, 염불원에 대한 개별 지정기준은 현행보다 엄격히 하고, 본사가 교구에 분산된 각 수행처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총괄하여 책임지게 하여야 한다.

총림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교구의 수행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수행의 주체가 되는 수좌에 대한 본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간화선은 조계종의 근본수행법이지만 제방에서 정진하는 상당수의 수좌는 노후는 물론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여건이 불안정한 실정이다. 물론 혹자는 생사를 벗어나고자 하는 수좌가 세속적 근심을 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수좌들 역시 인간적 삶 속에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에 수좌의 열악한 생활여건은 그들을 수행에 전념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종단중앙이나 말사가 단독으로 수좌의 생활과 복지를 책임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종단중앙은 예산의 절대액을 각 교구에서 갹출(醵出)하는 분담금에 의존하는 상황이고, 개별 말사의 대부분은 수좌의 복지까지를 감당할 재정적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본사가 교구 단위에서 수좌의 생활과 복지에 대한 책임 주체가 되고, 종단중앙과 말사는 지원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지금부터는 본사가 교구의 포교 구심점이 되는 방안을 이야기하도록 하자. 조계종의 포교는 종단이나 교구가 아닌 주로 말사를 단위로 이루어진다. 조직체계상으로는, 조계종단의 포교조직은 최상위에 별원인 포교원을 정점으로, 중간에 광역조직인 교구본사의 포교국, 그리고 하부에 단위사찰인 말사들이 수직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상으로는, 포교의 일선에 존재하는 말사가 두 개의 상위 포교기관과의 공유나 연계 없이 독자적, 개별적으로 포교를 한다. 이는 포교에 대한 종단적, 교구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포교 네트워크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그런데 포교원은 종단포교의 정점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성이 부족한 관계로 포교의 구심점이 되기는 힘들며, 일선 말사들의 중심지인 교구본사가 그 구심점으로 더욱 적합하다. 그런데 본사가 교구포교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서는 ‘체제의 정비’와 ‘인력의 활용’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선, ‘체제의 정비’는 본사를 연결고리로 중앙과 말사가 연계되는 구조를 지칭한다. 하지만 그 구조는 본사가 중앙의 포교종책과 포교행정을 말사에 단순히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교구 차원의 자체 포교사업을 기획하여 중앙과 말사를 연결하고 시행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본사와 말사 간 연계 포교사업이 신도등록업무 정도인 현재 상황에서 본사가 교구의 통괄자로서 지역포교의 의제와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역포교를 위한 본사 주관의 교구협의체를 결성할 필요가 있다. 본사가 주축이 되어 교구지역의 포교현안들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 협의체에서 결정한 의제와 방안을 본사와 말사가 연계하여 실행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의 형성에 있어서는 직할사찰과 사설사암에 대한 종단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총무원의 직접 관할에 속하는 직할사찰은 본사의 통제를 벗어나기 때문에 서울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직할사찰을 지정하는 것은 종단 차원에서 금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인이 창건한 사설사암은 본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종헌·종법의 제·개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인력의 활용’은 본사 7직인 포교국장의 권한 강화와 유휴 포교사의 교구단위 활용을 의미한다. 포교국장은 출가승려 포교인력에 해당하고, 유휴 포교사는 재가신도 포교인력에 해당한다. 교구포교를 책임지는 출가승려의 핵심인력은 본사의 포교국장이다. 승가는 총무, 재무, 교무를 전통적으로 3직이라고 칭하며 존중해왔는데, 이는 종교적 직능보다는 행정적 직능에 보다 초점을 둔 분류로 볼 수 있다. 

포교는 종교조직의 존속과 성장에 근간이 된다. 이에 조계종은 1977년 총무원의 부서(部署)급으로 개원된 포교원을 1994년 개혁불사 시에 별원으로 독립시켜서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의 3원 체제를 수립하였다. 조계종 중앙종직이 행정적 직능에서 종교적 직능으로 개편된 것이다. 이에 교구본사도 총무, 교무, 포교의 직능으로 조직을 정비하여 포교국장을 3직으로 대우하는 것이 조직적 계통상, 그리고 종교적 직능상 합당할 수 있다. 더하여 현재는 본사 포교국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정형화·공동화되어 있지 않아서 각 교구본사의 실정에 따라 포교국의 업무가 사회국·교무국과 중첩되거나 관할이 모호한 실정이다. 이에 본사 포교국의 업무 관할권이 종단적 기준에 의하여 규정될 필요가 있다.

포교사 자격고시를 통과한 (재가)포교사는 포교현장의 주요 동력이다. 포교현장의 승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포교사는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지만 대부분의 포교사들은 개별사찰이나 특정불교대학에 소속되어 해당 단위의 지엽적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본사가 교구의 포교 중심지로서 해당 구역의 포교사를 조직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본사가 교구의 포교 중심지가 되기 위해선 교구 포교인력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포교사들의 신행활동은 기존과 같이 자신의 재적(在籍) 사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하되, 그들의 포교활동은 본사를 중심으로 교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전개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포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활동하지 않는 유휴 포교사들이 많은 바, 수말사들이 유급 포교사를 채용하고 본사가 그들에 대한 교육을 전담하는 방안도 교구 포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본사가 포교사를 교구 차원에서 관리하는 방안은 사찰별 포교 활동의 편차에 따른 포교의 교구 공동화현상(空洞化現象)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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