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영혼의 사리. 그림=조향숙


따뜻하고 명징한 詩 설법
“장경속에서 더 많은 시어
걸어나와 세상 밝히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송하는 시 몇 편을 가슴에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립거나 고향이 그리우면 그리움 시를 읊으면서 마음을 위로하고 달랩니다. 우울하고 슬프거나 괴로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사랑 시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사랑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그린 시는 마음의 친구가 되고 감정치료사나 심리치료사가 되기도 합니다. 시를 읽고 쓰면서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시 치료〉라는 책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시 치료사 전문가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본래 사람이 시적이어서 그런지 시를 가까이 하면 마음이 따뜻하고 촉촉해집니다. 삶이 새로워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대됩니다. 시는 세상을 비판 고발하기도 하고, 역사를 반추하기도 하니까요.

*산승이 최근 불교언론인 홍사성 시인의 단시조집 〈고마운 아침〉을 보았습니다. 불교라는 글자가 없는데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녹아있는 이 시집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늦깎이로 등단해 첫 시집 〈내년에 사는 법〉이 주목을 받더니 이번에는 정형시를 모은 단시조집 〈고마운 아침〉이 출간과 함께 시선집중이라고 합니다.

‘안심을 얻다’ - 장맛비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다 / 우산을 썼는데도 온몸이 다 젖었다 / 차라리 비에 젖으니 되레 마음 편했다 /

거스르지 않고, 집착을 놓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순리와 비움의 시 입니다.

‘결론’ - 어찌해도 안 되면 어찌해야 합니까 / 눈감고 / 귀 막고 / 입 닫고 / 돌아 앉으세요 / 그리고 기다리세요 / 곧 결론이 날 겁니다 /

안이비설신의 6근을 쉬고 기다리면 업대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것입니다.

‘호천망극’ - 지친보다 가깝던 사형님이 입적했다 / 회자정리라 /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 거짓말 할 곳 없는 게 가장 허전하다 /

혈육 같던 사형으로 시인였던 오현선사의 입적을 누구보다 아파했던 시인은 ‘영정사진’ ‘그 얼굴’ ‘만해마을에서 하룻밤’ ‘설악산’ 등 여러 편의 추모시를 헌정했습니다. 향기로운 인간관계입니다.

‘패랭이꽃’은 31,800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랑의 인연을, ‘모두가 꽃’은 세계일화의 화엄을 노래했습니다. ‘태풍일과후’는 자연이 일러주는 겸손을 그렸습니다. 책의 제목인 ‘고마운 아침’은 당연한 일상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일이라고 아내 사랑과 함께 전합니다.

응축된 함축미를 보이는 이 시집은 절집의 주련 같은 시조 법문집으로 따뜻하고 명징합니다. 산승은 이 시집을 오랜 수행의 불심과 시심이 일체화된 통찰지의 언어 사리라고 보았습니다. 이런 시는 그 어떤 설법보다도 대중교화의 힘이 있습니다.

*사색의 계절 가을입니다. 〈고마운 아침〉처럼 불교시가 아닌듯한 불교시도 좋고, 선시나 게송도 좋습니다. 문수와 보현의 화신이라는 한산과 습득의 시도 좋습니다. 시를 벗 삼읍시다. 그리고 팔만대장경 속에서 아름다운 시어가 걸어나와 세상을 밝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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