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스님

우리 시대의 부루나 존자이시다. 불교대학원에서 포교학을 강의하실 때 인연이 되었다. 진리는 밥상의 밥그릇처럼 늘 우리 곁에 있는 법인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 숨겨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눈과 귀가 어둡고 먼 탓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또한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이니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중생을 위해 다 써버려야 한다고 하셨다. “첫째도 포교, 둘째도 포교, 마지막도 포교”라고 말씀하실 때는 결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엄숙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일지라도 간혹 선승(禪僧)다운 유머로 풀어 주실 때도 있었다.

 

 

성불사 노보살님

언덕에 누워 본 적이 있으신지요? 소의 잔등에 기댄 것처럼 숨 쉬는 언덕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바람만이 아는 일.
노보살님은 나이가 드시면서 며느리를 누군가에게 정신적으로 맡기고 싶어 하셨다. 그렇게 난 선물(?)을 받았다며 살았고 내심 흐뭇해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선물(膳物)이 아니고 선불(先拂)이 되었노라고 글이 써진다. 시간의 더깨가 쌓여 뒤집어 생각해보니 노보살님께 전해 받은 온기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지속되는 기분이다. 내 앞에도 내 며느리가 앉아 있는 나이가 되었다. 곧, 하늘이 높아질 것이다. 발길엔 꽃이 피고 이야기는 바람이 되어 가겠지. 내 나이 일흔이 되니 하루하루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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