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제주 관음사 관음굴에서 60대 남성 K씨가 쓰러졌다. 이를 발견한 관음사 신도 임인숙 씨(불교자비원 前재가복지센터장)와 조은성 씨(관음사 관음자비량합창단장)는 신속한 대처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이 남성을 살렸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되기 불과 몇 주 전 관음사에서 배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떠올리며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그 후 119구급대원이 도착했고 병원으로 이송된 이 남성은 곧 깨어나 안정을 취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심장마비 사고는 흔한 질병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심장질환과 관련해 사망한 이은 10만명당 43.6명으로, 암과 뇌혈관질환에 이은 세 번째 질환 요소로 꼽힌다. 이 심장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 심장마비로 급사율이 80%에 달한다.

아직까지는 사찰에서의 심장마비 사고가 드물지만 제주 관음사의 사례처럼 고령화로 인해 사찰 내방객의 연령이 높아지는 만큼 심장마비 사고 빈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찰은 대부분이 산중에 위치해 있어 그 위험성은 더욱 높다.

소방재청 119신고 접수 후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8분 18초에 달한다. 사찰이 처한 환경적 요인으로 실제 구급차가 사찰에 도착하는 시간은 8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찰에서 사고 발생시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킬 수 있는 최선책은 무엇일까. 심폐소생술에 대한 대중화와 불자들도 쉽게 사용 가능한 자동심장충격기(AED)의 보급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심장충격기 보급을 비롯해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공기관 내 자동심장충격기 설치율도 2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한 교육 등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로인해 우리나라에서 심장마비 사고가 발생시 살아나는 환자는 4.6% 밖에 되질 않는다.

반면 미국은 생존율 40%를 보이고 있고, 기타 선진국들도 평균적으로 15%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심정지 환자에 대한 생존율이 높은 미국의 경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부터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을 포함한 심폐소생 교육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응급조치 방법을 알고 있기에 미국의 심정지 환자 소생율이 40%에 달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본지의 연속 기획으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라이나전성기재단의 후원을 받아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찰에 보급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총 29개 사찰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됐다. 보다 많은 사찰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보급되어야 함과 동시에 미처 보급되지 못한 사찰에서는 이 기계 없이도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단 차원에서 사찰방재의 날처럼 사찰안전의 날을 따로 지정해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안전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심장자동충격기와 이를 직접 사용할 수 있어야 생명을 살린다.

제주 관음사의 안전교육 사례처럼 지금부터는 사찰에서 보다 관심을 갖고 활발발한 응급조치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모든 사찰이 보다 안전한 곳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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