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논단]소통, 분노사회 치료한다
[현불논단]소통, 분노사회 치료한다
  • 이화행/동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8.11.0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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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높은 가운데, 피의자를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청원이 100만 명을 돌파하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피의자는 분노로 인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려진 사건의 살해 정황이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는 점에서 피의자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참혹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강력 처벌” 국민 공분

병적 분노사회가 단순 원인 아냐
의사소통 구조 변화도 주목해야
개인 중심되는 온라인 공간 소통
집단 응집력·사회적 합의 약화

분노 아닌 ‘관용사회’를 지향해야
오프라인, ‘공생의 장’으로 회복을


하지만 이 사건을 토대로 사회 전체를 병적 분노 사회로 치부하는 일부 선정적 보도는 논리 비약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에도 도움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 사건을 개인의 인성 문제로 축소하려는 시각도 바람직하지 않다.

분노를 다스리는 힘의 원천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분노와 그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궁극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시각이 크게 그르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끔찍한 사건의 원인은 개인 인성의 문제로부터 사회의 구조적 모순, 정치적 미성숙, 시대적 환경의 변화 등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이고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거시적 관점에서부터 미시적 관점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로서 필자는 정보시대의 도래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구조 변동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에서 분노사회의 원인과 배경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인류 공동체의 기본 속성이다. 대행 선사가 말씀하신 공생·공심·공용·공체·공식하며 사는 인간 삶의 원리이다. 이 원리로 인하여 인류에게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과거 농경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산업사회에서는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뤘다. 사람들은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면서 대화하고 소통하였던 것이다. 정보사회가 도래하면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의 만남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놓았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비언어적 요소와 사회적 실재함이 결여된다. 사람을 직접 만나서 대화할 때 우리는 얼굴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태도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절제하면서 서로간의 관계를 유연하게 형성해갈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비언어적 요소가 적을수록 커뮤니케이션 행위는 더욱더 비인간적인 양상을 갖는다. 컴퓨터나 휴대폰의 자판을 거쳐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의 존재감을 약화시키고 사람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증대시켜 비인간적이고 이로 말미암아 집단 간의 응집력을 약화시킨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보다는 개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위계와 같은 집단규범적 요소가 약화한다. 사회집단 구성원 간에 형성된 사회적 합의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한다.
 

이화행 동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화행 동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공동체는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작동할 때 건강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다. 인간적이면서도 분절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패턴과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분노가 아닌 인내와 관용의 확산을 추구하는 사회, 그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할 사회인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의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지만, 오프라인 공간이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서, 공생의 장으로서 제 기능을 회복하도록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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