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명상시대, 한국 禪이 연다
⑧불교명상GURU에게 듣다 〈끝〉

2003년 세계적인 선승 틱낫한 스님이 한국에 와서 한 첫 마디는 ‘전통불교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불교의 미래는 없다. 한국은 어떠한가?’였다. 명상 시대, 불교명상은 어떻게 국민들에게, 세계인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그리고 그 가운데 한국의 전통선과 현대화된 선명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불교계 안팎의 전문가들에게 불교명상의 방향을 각 부분별로 지상대담을 통해 들어보았다. 

 정체성  현재 명상이 굉장히 인기가 많으며, 특히 한국에는 매우 다양한 명상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불교명상 또한 사마타, 위빠사나 등 다양한 수행법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불교명상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선업 스님은 “명상은 ‘마음보고 쓰기’인데 앞에 불교가 붙는 것은 부처님이 보듯이 마음을 보고 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스님은 “불교명상이 시대에 따라 변해왔는데, 한국은 통불교로 부처님처럼 마음보는 것이 결국 ‘通’안에 다 들어 있다. 결국 불교명상의 정체성은 ‘부처님처럼’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부처님도 사마타 공부를 하시고 새로운 수행법을 만드시고 지도하셨다. 이 것이 동아시아에서 조사선, 공안선, 화두선 등이 점차 발전을 하게 됐다. 핵심은 우리 마음을 제대로 보는 것인데 방법이 분석을 강조하는 것인지, 직관을 강조하는 것인지에서 다른 것이지 매우 다른 것은 아니다. 근본은 부처님처럼 마음을 보고 쓰는 것에 있기에 불자들이 ‘지혜’와 ‘자비’라는 양날개를 잘 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혜연 스님은 “부처님 재세시에도 이미 인도는 명상이 높은 수준으로 개발된 상태였다. 부처님은 당시 인도 명상과 확연히 다른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으셨고 2500년이 흐른 현대에 다시 부처님의 명상법이 주목받는 것은 여타 명상과 다른 그 차별성과 우수성에 있다”고 말했다.

박희승 단장은 “불교 명상은 매우 다양하게 발달하여 왔는데, 그 정체성은 역시 불교 경전과 조사어록에 근거해야 한다. 부처님은 해탈 후 첫 설법에서 ‘나는 괴로움과 쾌락의 양 극단을 여의고 중도를 깨쳤노라’하셨고 성철 스님은 부처님이 중도를 깨쳤고, 선과 교도 ‘중도’가 근본이라 강조하셨다. 불교 명상은 결국 중도연기, 무아에 입각해야 바른 명상으로 스트레스 해소나 힐링 차원은 방편으로 유용하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선아 대표는 “명상이 불교명상이기 위해서 그것은 반드시 불교의 바른 견해(正見)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권 대표는 이어 “불교명상은 일상의 경험에서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바로 보는 것이다. 마음작용을 익숙하게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본성을 바꾸는 통찰을 하게하고, 이는 자비의 계발과 실천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심도선사는 “대만에서는 명상이라 하면 보통 참선수행으로 통칭된다. 명상의 발전은 곧 불교의 확장을 의미한다”며 “명상은 자신의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불교명상은 현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목표에 일관적으로 추구해야 하며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것은 불교명상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화  한국불교 장자종단인 조계종은 주요 수행법으로 ‘간화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명상 열기 속에 마음챙김 명상 등 현대화된 수행법이 유행하고 있지만 전통수행법인 간화선에 대해 현대인들의 반응은 미약합니다. 간화선이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요?

심도 선사는 “간화선은 굉장히 훌륭한 수행법”이라고 평가하며 “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인내심이 부족하고 근기도 낮은 편이다. 그로 인해 꾸준히 화두 수행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도 선사는 “화두를 1~20년씩 하다가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 의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 참선 수행하는 분들이 만난 적이 있다. 참선 수행 과정에서 간화를 하면서도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를 모르는 경우를 보았다”며 “독일 불자들에게 실참에 기반한 지도를 하고 있는데, 점진적인 수행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점차적인 수행법과 간화선의 직관적인 부분을 접목하는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업 스님은 “간경은 부처님 말씀, 간화는 조사 스님들의 말씀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며 “간화선은 조사와 수행자간의 이야기의 말머리에서 왜라는 의문으로 이를 풀어간다. 현대적으로는 무겁지 않게 하면 굉장히 재밌게 풀어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과 이에 대한 궁금함을 푸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현대적으로 보면 코칭기법인데 코칭기법으로 만들어 보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선례도 있다. 숭산 스님이시다”며 “핵심을 질문을 해주면 이 사람이 변화가 된다. 고도의 코칭 기법으로 탁탁 두들겨서 본성을 일깨우는 과정을 잘 살리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스님은 또 “수좌 스님들이 전통적인 간화선을 전승하는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다만 이를 현대적으로, 대중에게 풀어줄 중간단계의 지도사들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승 단장은 “조계종단이 10년 전부터 간화선 대중화를 위해 종책을 추진했지만, 아직도 난관이 많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간화선의 대중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며 “안국선원 간화선 프로그램은 정평이 나있고, 강남 금강선원이나 강북 공생선원, 그리고 불교인재원의 생활참선도 간화선을 전하는데 호응이 있다. 성공 사례를 잘 정리해 쉬운 간화선 입문 교재와 프로그램, 중간 지도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화  한국 불교명상은 이제 세계 명상계에 다시금 진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 불교명상이 세계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선업 스님은 “세계불교계와의 교류자리에 가도 방과 할이 전승되는 곳은 한국불교계가 유일한 상황이다. 결국 우리의 것을 잘 발전시키는데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법장 스님이 계실 때 선지도사 양성과정을 추진했다. 전통적으로 전승해올, 보배를 지켜갈 수좌 스님들이 변화할 것이 아니라 이를 국내,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펼칠 이들을 키워내자는 것이었다. 은행으로 따지만 수좌 스님은 금고를 지키는 이들이고, 선지도사는 창구를 맡는 이들이다. 현재 명상지도자로 변경이 됐지만 중간에 중단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혜연 스님도 “세계인들은 어디에 가도 할 수 있는 명상법을 하기 위해서 한국에 일부러 오지 않는다. 지금 세계 명상의 흐름은 마음챙김 바탕에 바디스캔, 요가, 춤명상 등등 각 명상법의 좋은 점들을 짜깁기하여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선방의 운영방식이나 하루일과는 매우 독특한 우리만의 정서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명상센터를 다녀본 나로서는 한국 선방의 이러한 정서를 살릴 때 도리어 세계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명상은 이미 과학적인 효과가 수많은 임상실험과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논문들로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간화선은 그 효능이나 우수성에 관해서는 과학적, 학술적 입증이 저조한 상태다. 더욱 더 적극적인 간화선의 현대적 해석, 효과 입증을 위한 시도를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그 다음으로 국제적인 수행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세계인들이 간화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치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희승 단장은 “간화선 세계화로 본다면 체계화된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간화선은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전법 현장과 종단이 서로 긴밀히 협력해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최근 선원수좌회가 조계종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란 법인을 만들어 이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종단 포교원과 협의하고 있다. 전법 현장과 선원수좌, 그리고 종단이 협력하면 간화선, 더 나아가 한국불교의 수행을 대중화, 세계화 하기 위한 전법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아 대표는 역으로 세계화에 대한 문제점을 했다. 권 대표는 “‘세계화’는 불교에 관한 적절한 접근이 아니라고 본다. 세계화 이면에는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이 깔려 있고, 우리의 것에 대한 암묵적인 자만이 깃들어 있어 위험하게 느껴진다”며 “궁극적으로 다르마와 그것을 향해 가는 길의 특정한 표현을 널리 나누고자 하는 겸허한 발원이 있을 때, 우리는 자비에 바탕을 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업 스님도 “지난 여름 명상하는 이들이 모여 걷기명상을 통해 민과 관이 힘을 합쳐 소외계층을 도왔다. 결국 지혜는 자비이고 실천이다. 불교명상 세계화 또한 자비실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한국불교명상계가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수행법을 펼침과 동시에 우리사회, 더 나아가 지구촌 곳곳의 소외된 이들을 살피고, 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때 세계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수행법  불교계는 현재 월정사 명상마을을 비롯해 봉암사 앞 문경 세계명상마을 등 시설 확충에 나서 이미 완공되어 운영이 시작되고, 또 운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이냐 인 것 같습니다.

권선아 대표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어떤 사회가 2050년에 어떤 모습일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혼란은 많은 종류의 새로운 고통을 야기할 것”이라며 “부처님 당시의 고통과 AI 시대의 고통이 그 표현에 있어서 똑같은 것일 수 없다. 그러므로 핵심은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상황들에 얼마나 유연하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희승 단장은 간화선뿐만 아니라 한국 명상 콘텐츠들이 소통되는 플렛폼형 웹사이트 구축과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과 모바일 앱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간화선 중간지도자 양성이다. 도시에 전법 활동을 하는 스님이나 재가자 중 안목을 갖추고 참선을 생활화하면서 대중과 쉽게 소통하고 선 명상을 안내해주는 중간 지도자가 매우 중요하다. 지도자 양성을 위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지면 간화선의 대중화, 세계화는 눈앞에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선업 스님은 끝으로 “명상 지도를 하며 다양한 수행법에 대해 선택권을 대중에게 주니 오히려 기반을 닦은 대중이 간화선 수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수행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임했다”며 “불교는 명상이라는 골자로 국민들에게 ‘숨터’를 제공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그중에서 전통수행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YS정권 당시 종교교육의 대학화를 추진해 신학대학이 많이 탄생했다. 불교에서는 당시 대응전략이 없어 실기(失機)했다. 명상 또한 마찬가지다. 불교에서 이런 흐름을 잘 이용해야 한다. 10년 동안은 불교계가 이 분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면대담자 소개

선업 스님ㅣ통담아카데미아원장이자 행복치유센터장으로 국민 마음치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족치유학을 전공한 스님은 불교상담개발원 등에서 차담명상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8한강걷기명상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명상을 통한 대사회 활동에도 앞장섰다.

 

심도 선사ㅣ대만에서 ‘1분선’이라는 생활 속 선수행을 펼치고 있다. 스님의 1분선은 ‘ 호흡, 합장, 방송(放松), 안정, 마음의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했다. 스님은 ‘불법은 하나’라는 신념으로 세계평화 활동도 하고있어 2016년, 2018년 한반도 평화 기원을 위해 내방했다.

 

혜연 스님ㅣ간화선 10여 안거를 비롯해 마하시, 찬메, 쉐우민, 고엥카 등에서 수행했다. 조계종 국제포교사로 스님은 천안 호두마을, 서울 국제선센터서 지도했다. 2016년 전국비구니회와 샤카디타코리아가 개최한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진행했다. 현재 산청 대원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로 명상지도를 하고있다.

 

박희승 세계명상마을사업단장ㅣ조계종 총무원과 포교원에서 기획과 연구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성철연구원 연구실장이자 조계종 불교인재원 이사로 간화선 입문프로그램 등 선수행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문경세계명상마을사업단장으로 선센터 건립 및 선명상 발전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권선아 스트리트젠 대표ㅣ틱낫한 스님의 2003년 방한 당시 행사를 기획, 통역을 맡았으며, 지현, 미산, 금강 스님과 다르마프렌즈를 결성, 美선승 노먼피셔 방한행사도 진행했다. 국제불교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중앙승가대와 동국대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부터 공부와 수행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스트리트젠을 꾸려왔고 MSC 프로그램을 지도하며 자비의 사회적 확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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