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물길 따라 갔더니 꽃 피었더라’ 展
일본 오카자키시립미술관 11월 20일부터 25일까지

김양수 作, ‘정진’. 22×34㎝ 한지, 수묵 담채.

 

한국화가 김양수 화백이 11월 20일부터 25일까지 일본 나고야 동부 아이치현에 소재한 오카자키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 ‘물길 따라 갔더니 꽃 피었더라’를 개최한다.

그 동안 한국적인 풍경을 소재로 선적인 세계를 특유의 수묵담채로 그려왔던 김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역시 먹과 종이라는 재료적인 바탕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인 생명의 바탕과 근원을 특유의 감성으로 그려낸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서정시인 이성신 등 여러 시인과 함께 많은 시화전을 열어온 김 화백은 시인으로 등단하여 시화집 〈내 속 뜰에도 상사화가 피고 진다〉 등 4권의 시화집을 펴내기도 했던 김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도 작품에 그의 시가 함께 한다.

“비탈진 산허리에 올라 / 안골에 피어오르는 안개를 바라보며 / 가려진 세상을 그려보겠다던 / 유년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 깊은 꿈에 취해 드넓은 세상을 / 하염없이 떠돌아 다시 돌아온 고향은 / 산도 바다도 가슴에 있었다. / 아침이면 맑은 빛 온몸을 흔들어 깨우고 / 저녁이면 묵향에 젖은 어둠이 나를 재운다 / 한 자루 붓으로 / 세상에 한 획을 그었던 / 소치 허련 선생이 50세 고향으로 돌아와 / 가슴에 품은 예술을 불태운 자리 / 그 혼불의 언저리에서 나 또한 뜨거운 꿈을 꾼다 / 오늘도 여귀산 바람은 / 대숲에 아득한 길을 만들고 / 길 끝머리에 이름 없는 들꽃과 조우하듯 / 먹물 한 점 삼킨 달빛에 걸린 나를 만난다”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7~1892)이 스승인 추사 김정희(1786~1856)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다음해 1857년 50세에 고향 진도에 내려와 ‘운림산방(雲林山房)’이라는 화실을 열어 작업에 전념했던 역사를 헤아린 김 화백은 올해 자신의 고향인 진도에 내려가 ‘적염산방(寂拈山房)’이라는 화실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 김 화백은 재료적인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성을 추슬러가는 의식 담겨있다. 김 화백은 단순하게 시각적으로 보는 그림의 한계를 넘어 소리가 들려오고 향기가 느껴지고 자연의 숨결이 만져지는 입체적인 그림을 추구한다. 김 화백은 그 동안 그림을 통하여 선과 명상의 세계를 추구하는 ‘명상화법’으로 국내외에 갤러리에서 많은 초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김 화백은 그림으로 시를 그리는 보편적인 시화전의 그림이 아닌 그림으로 시를 쓰는 역설적인 의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일본의 오카자키시립미술관은 나고야 동부에 있는 아이치현에 있는 미술관이다. 아이치현은 에도 막부의 초대 쇼군인 도쿠카와 이에야스가 태어난 곳으로 일본의 역사적 유물이 많은 곳이다. 아이치현 오하라마을은 610년 무렵 우리나라 고구려의 승려 담징이 종이 제조법을 전한 이후 15세기 메이오시대부터 일본의 대표적인 종이인 화지(和紙)를 생산해온 마을이다. 이후 일본의 대표적인 종이 공예가인 무사시노 후지 다스키치(1881~1964ㆍ무사시노대학) 교수가 종이에 꽃잎과 나뭇잎 등의 자연물을 넣은 ‘종이뜨기법’을 개발하여 오하라공예지의 산지가 된 곳이다. 이와 같이 일본 종이마을로 유명한 아이치현의 오카자키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화가 김양수의 개인전은 또 다른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전해진 종이 제조법의 오랜 역사가 흐르고 있는 장소에서 한국화의 깊은 감성을 담은 김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는 까닭이다. 이번 전시는 아이치현에서 ‘한국의 바람’이라는 문화단체를 이끌고 있는 일본인 ‘오야 미쓰오’ 씨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는데, 오야 미쓰오는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 끌려 여러 차례 국악인 초청공연 등을 주선한 바 있다.

김양수 화백은 동국대학교 미술학부와 성신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벽화를 전공했다. 신문과 잡지 등에 글과 그림을 연재하거나 지닝들의 책, 곧 이성신의 시집 〈산〉과 진옥 스님의 시집 〈그대, 그대는 낮아서 높습니다〉에 그림을 그려 시화집을 함께 내기도 했다. 국내외 주요 갤러리에서 9회의 초대전과 29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일본 0564-51-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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