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곤 사진전 ‘탑에서 탑을 보다’
통도사성보박물관 10.6~28

경주 분황사 모전탑(첫줄 3번째), 창녕술정리 동삼층석탑(셋째줄 2번째) 등 송석곤 작가가 드론을 이용해 찍은 탑사진.

 

탑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사진전이 열린다. 통도사박물관은 10월 6일부터 28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사진작가 송석곤의 ‘탑에서 탑을 보다’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송 작가가 2000년 이후 전국의 사찰을 돌며 렌즈에 담은 탑 200여 점이 전시되는데, 그중에는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본 탑 사진 108점이 포함되어 있다. 송 작가는 3년여 전부터 드론을 이용해 탑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을 사진이 아닌 한지에 프린트하여 수 백년 동안 시공간을 초월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화한 탐의 모습을 회화적인 작업으로 완성했다.

이 땅에 서 있는 오래 된 ‘탑’의 대부분은 불탑(佛塔)이다. 오랜 세월 이 땅의 역사와 함께 해온 그 탑들은 여러 면에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우리’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유물이다. 그 탑이라는 것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랜 세월 우리 곁에 있어 왔지만 평소 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이유는 쉽지 않다. 불자인 송 작가는 2000년부터 이 땅의 탑들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탑에 대한 생각이 일었고, 바라보고 싶어졌다. 무엇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 것의 안을 보고 싶다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안을 보고 싶다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 그것은 자신을 보고 싶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송 작가는 오랜 세월 탑을 바라보면서 언제부터인가 탑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싶어졌다. 하늘에서 탑을 본다면 어떤 모습이며, 그 모습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그리고 탑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들이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송 작가는 자문하기 시작했고, 그 자문들이 지금까지 사진을 찍게 한 것이다.

오랜 세월 사찰이라는 공간에서 존재하는 탑들은 불심의 기운이 서려있는 구조물이다. 송 작가는 그런 영성의 시간들을 렌즈에 담고 싶었다. 전국의 탑을 찾아다니면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과 지나간 시간들의 흔적을 찾았다. 송 작가의 렌즈에 탑들이 쌓이면서 송 작가는 탑이 지니고 있는 것들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대칭의 구조를 통해 조형적 만다라를 볼 수 있었고, 그 만다라를 통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제법무아(諸法無我)’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인연으로 생겼으며, 변하지 않는 자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송 작가가 하늘에서 찍은 탑들은 3차원적인 공간이 카메라를 통해서 평면화 되고, 평면화 된 공간은 다시 비례와 균형의 조형 요소와 함께 영적인 상황들을 연출한다. 땅끝마을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탑에서 작가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보고, 하늘에서 세상과 소통했다. 탑은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서 공(空)과 색(色)이 순환하는 물질계의 영성을 암시하기도 하고, 대자연 앞에 굳건히 서있는 영원성을 보여준다. 추상적인 조형성으로 기록된 사진 속 탑들은 영성의 시간 속에서 작가가 찾아낸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으로, ‘탑에서 본 탑’인 것이다.

송석곤 사진가는 대구대학교를 졸업했고, 경성대학교 사진대학원을 수료했다. 울산시의회에서 2006 태화강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1983년 신인전을 시작으로 2006년 울산 이야기, 2017년 동해아트페어, 2018년 평창올림픽단체전 등 1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리고 통도사성보박물관, 울산문화예술회관, 팔레드 등에서 지금까지 4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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