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힘

피었던 것들은 지기 시작하고
이름 있는 것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 앞에 선다
적적하고, 아프고, 시리고, 미어지고
나무가 마른 가지를 드러내고
새들은 더 멀리 울어야 하고
‘무정’이라 이름 지어진 것들의 이름에도
찬바람은 불어서 기어이 길은 또 어려워져
만났던 것들이 그 길 위에서 이별을 하고
가까이 있는 것들과 멀리 있는 것들 사이에서
해는 또 저문다
이 별도 어제 보단 작아졌으리
하물며 나의 이름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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