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사찰령이라는 각종 탄압에 굴하지 않고 식민지 불교정책을 타개하기 위해 불교지도자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선학원. 100주년을 3년 앞둔 현재, 선학원이 설립조사에 대한 왜곡된 조명을 거듭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우려를 낳는다.

선학원미래포럼이 개최한 2018 워크숍에서는 한국불교 근현대사 전문가들이 선학원의 지나친 만해 한용운 선양사업과 역사적 오류를 강하게 비판했다. 요지는 선학원 설립조사가 아닌 한용운을 대대적으로 선양하면서, 진정한 설립조사인 만공 스님은 조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수감 중이던 한용운을 설립조사로 표기하고, 선학원 건립 취지를 한용운 출옥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선학원 측 설명에 역사 전문가들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선학원의 이 같은 만해 한용운 선양은 수덕사 출신의 만공 스님의 업적을 가리기 위함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한 번쯤 돌아봐야할 문제다.

앞서 선학원과 수덕사는 간월암·정혜사 소유권을 두고 수년간 법적소송을 벌였다. 무엇보다 선학원 측은 대법원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모두 패하며 고배를 들이켰다. 결국 수덕사 중창의 핵심 역할을 한 만공 스님을 선학원이 의도적으로 역사에서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선학원은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사장은 여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미온적인 이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역사를 바로잡고 정상화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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