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으로 알려진 홍콩스타 주윤발이 자신의 전 재산인 59억 홍콩달러(약 810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내면의 평화를 얻고 평온한 태도로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라던 그의 진솔한 발언이 반가웠던 것은 미국에서 부자가 된 친척 한 분이 노후에 병고와 마음의 평화를 찾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어서였다. 애써 모은 돈만 남겨놓고. 그렇다면 ‘내면의 평화를 위해 물질은 독(毒)이 되는 것인가’는  생각해보게 된다.

홍콩스타 주윤발의 전재산 기부
인생서 중요한 것은 돈 아니다
“내 꿈은 행복해 지는 것” 강조

마음의 평화는 脫집착서 비롯돼
‘虛心自明’ 비워야 비로소 밝아져

준다는 생각도 보답 바라지 말고
머뭇거림 없이 흔쾌히 보시하라


오스트리아 철강 재벌의 아들인 철학자 비트켄슈타인도 막대한 유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독신으로 평생을 검소하게 지내다가 생을 마감했다. 위로 셋이나 되는 형들의 자살을 목격하고 제1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으로 겪은 심적 고충, 재산이든 무엇이든 간에 거추장스러운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던 것일까? 다 버리고 홀가분해진 그는 시골학교 교사로, 병원 잡역부로 정원사로 일하며 노르웨이의 어느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저술에 몰두했다. <논리철학논고>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멋진 삶을 살았다’는 최후의 말이 인상적이다.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며 “내 꿈은 행복해 지는 것이고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던 주윤발은 한 달 용돈으로 약 12만원을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할인매장에서 주로 옷을 구매하고 허름한 맛집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주윤발. 그는 극중에서 여러 배역을 연기하면서 인생은 한바탕 꿈이며 연극이며 환(幻)이라는 통찰을 얻지 않았을까?  

‘나’란 비실체적인 오온의 무더기가 모인 일시적 존재, 그 공(空)함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고액에서 벗어나 저 언덕(니르바나)에 이른다는 가르침. 그러고 보면 마음의 평화란 물질과 나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가능하지 않다.

중국의 방거사(방온)는 마조도일의 문하에서 크게 깨쳤다.

“만법과 짝하지 않는 것은 어떤 사람입니까?”

“네가 한 입으로 저 서강(西江)의 물을 다 들여 마시거든 그 때에 일러주마.”

언하에 깨친 방거사의 게송인 ‘시방 함께 모여들어/ 저마다 배우는 무위(無爲)/ 그러나 여기는 선불장(選佛場)/ 마음 비워(心空) 급제해 돌아가노라’에서 무위(無爲)와 심공(心空)을 주목하게 된다.
 

맹난자/수필가

마조의 활구에 방거사는 마음을 비워(心空) 그 난관을 뚫어낸 것이다. 불법을 만난 뒤 방거사는 재물을 실어 동정호에 내다버렸다. 출가하지 않은채 처자를 이끌고 오두막을 전전하며 조리나 대바구니 같은 죽제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었으나 가족은 아무 불평이 없었다. 앉아서 죽고(坐亡) 서서죽는 것(立亡)을 자유자재로 펼쳐 보인 가족이었다.

“마음을 기르는 데에는 적은 욕심을 적게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적어지고 또 적어져서 적어질 것이 없는 데까지 이르면 마음이 비고 신령스러워진다”는 이지함의 말씀을 나는 금과옥조로 삼고 지낸다. 기심허명(其心虛明)이다. 마음(虛靈)이 비면 스스로 밝아진다. ‘허심자명(虛心自明)’이다.

옛사람이 가득 찬 것을 경계(滿招損)한 것도 그 때문이리라. 주되 준다는 생각 없이, 돌아올 보답을 바라지 말고, 머뭇거리는 마음 없이 흔쾌히 보시하라. 허심자명으로써 해와 달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할 수 있을지니 그래야 참다운 불자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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