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교수, 現선학원 지나친 만해 선양 비판

선학원미래포럼 2018 워크숍에서 발제를 하는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법인관리법 제정으로 촉발된 조계종단과 재단법인 선학원의 극심한 대립이 수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선학원이 창건 주역인 만공 스님을 배제한 채 만해 스님 선양사업에 치중하며 선학원 정체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간월암·정혜사 소유권을 두고 선학원과 수덕사가 법정공방을 벌이면서 선학원이 의도적으로 수덕사를 중창한 만공 스님 업적을 깎아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학원 미래를 열다주제로
선학원미래포럼 2018 워크숍

선학원 창건주역은 만공
한용운은 선학원 주석하면서
계몽·불교대중화 등에 힘써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1025일 한국불교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서 선학원미래포럼 주최로 열린 2018 워크숍에서 선학원 정체성의 재인식-만공과 한용운, 계승의 문제를 주제로 이 같이 발제했다. 선학원미래포럼은 현재 선학원 이사회의 재단 운영방향에 문제를 제기하는 50여 분원들이 모여 창립한 단체다.

한용운이 선학원 설립조사?
김 교수는 이날 최근 완공된 선학원 100주년 기념관의 상량문을 중심으로 선학원 정체성과 관련된 3가지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선학원 설립조사에 만해 한용운을 포함한 점 만공을 설립조사 후반부에 배열한 점 선학원이 조계종을 1962년에 탄생시켰다는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선학원은 1921810일 공사를 시작해 그해 1130일 준공됐다. 하지만 한용운은 선학원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더러 당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럼에도 한용운을 선학원 설립조사로 포함시킨 것은 명백한 역사적 오류라며 상량문에 설립조사를 만해·용성·남전·도봉·석두·만공·성월 순으로 배열했다. 하지만 1986년 선학원 이사장이던 범행이 만든 <선학원약사>의 인사말에 (공로자를) 백용성, 송만공, 김남전, 강도봉, 김석두, 오성월, 한용운, 김적음 순으로 설명한 것이 정직한 기록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한 조계종단이 1962년 창종된 것은 아니기에 선학원이 조계종을 탄생시켰다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자 몰역사성이다. 조계종은 선학원 창건 당시, 또 그 이전 불교종단들을 계승했다면서 선학원이 현재 조계종과 대립하는 현실이라고 해도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만공 스님이 선학원 창건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에 따르면 만공 스님은 19215월 선학원 건립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석왕사포교당에서 열린 보살계 계단에서 사찰령 체제와 무관하게 승려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선방을 만들자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한 193537일 열린 수좌대회 보고에서도 송만공, 백용성, 오성월, 강도봉의 발기로 선학원을 창립하다라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만공 스님은 선학원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계모임 성격의 선우공제회 출범 직후 수도부 이사를 담당하면서 토지를 기부하고, 현재 선학원 3층 법당 불상을 직접 흙으로 빚는 등 선학원 창건 주역이라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역사적 균형 갖춰야
그렇다면 만해 한용운은 어떨까. 김 교수는 한용운이 1922년 초 유점사 포교당에서 선학원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선학원 사업에 동참했다. 주체는 아니었고 합류하는 성격이었다선우공제회에서 활동했지만 선학원과의 직접적인 연관은 희박하다. 선학원을 주된 거처로 활용하면서 민족운동, 불교·계몽·문학활동 등을 펼쳐 선학원의 한용운이 홍보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용운이 선학원에 머물며 일제강점기 식민지 불교정책을 부정하고, 불교청년운동과 불교대중화에 헌신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로 인해 한용운의 독립운동, 민족운동, 대중활동이 선학원 역사에 일부 편입될 수는 있다. 하지만 한용운 역사 전체를 선학원에 유입시킬 수 없음은 상식적 이해다. 상식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흐름이 있는지 유의해야 한다며 현재 선학원의 만해 선양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선학원 100주년 기념관 입구에 세워진 한용운 동상은 위치를 이동하든가, 만공 동상을 만들어 균형을 이루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선학원의 역사 및 이념 정비에서 만공을 적절하게 강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학원의 선양사업은 의도적·편의적으로 몰역사의식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선학원 기관지 <불교저널>에 올해 연재된 선학원 설립조사 열전에서 문제점을 찾았다. 한 교수는 해당 연재 첫 번째에 한용운이 등장하고 만공 스님은 네 번째에 소개된 점, 만공 스님을 선학원 설립운동에 참여한 인물로 평가절하하고 만해 스님 출옥에 대비해 선학원 건립을 시작했다는 내용을 오류로 지적했다.

한편 김 교수의 주장과 관련해 선학원 측 답변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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