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그림=조향숙

 

참회는 구름을 벗어나 세상을 비추는 달입니다. 깜깜한 방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잘못을 깨달아 뉘우쳐 불보살과 대중에게 고백하고 착한 삶을 발원하는 참회는 모든 수행의 시작입니다.

참회의식은 부처님 당시의 포살(布薩)과 자자(自恣)에서 그 유래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불자들은 자비도량 참법과 예불대참회문, 천수경을 독송하며 참회기도를 합니다.

참회는 모든 수행의 시작
악습탈피 새로태어날 때
발 보리심·발 사홍서원

“무시이래로 제가 지은 악업은 탐진치로 말미암아 몸과 입과 뜻으로 지었사오니 이제 10악의 중죄를 참회합니다. 백겁동안 쌓은 죄 한 생각에 스러질 것을 발원합니다.”

참회에는 사참(事懺)과 이참(理懺)이 있습니다. 사참은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악업을 절, 염불, 독송을 통해 낱낱이 참회하고, 이참은 죄도 마음도 일체가 공(空)한 자리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참회는 단순히 뉘우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묵은 악습을 벗어나 새롭게 태어날 때 완성됩니다. 참회를 통해야만 원력과 발원이 나오고 계(戒)가 몸에 뱁니다. 그 자리에서 발 사홍서원이 됩니다.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경전에 나오는 연쇄 살인자 앙굴리말라(손가락 목걸이라는 뜻)는 대참회를 하고 부처님 제자로 출가하여 성자가 됩니다.

12세부터 바라문을 섬긴 그는 스승의 분노를 샀습니다. 스승은 그에게 1백 명의 사람을 죽여 손가락을 목에 걸고 다니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일러줍니다.

부처님께서 앙굴리말라를 교화한 내용이 〈앙굴마경〉에 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사밧티에서 살인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앙굴리말라가 부처님을 발견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구나. 저 사문은 겁 없이 혼자서 유유히 걸어오니 내가 어찌 그의 목숨을 빼앗지 않겠는가.”

그는 부처님을 쫓아갔으나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사문이여, 걸음을 멈추어라.”

“앙굴리말라여, 나는 멈추었다. 그대도 멈추어라. 나는 일체의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폭력을 멈추고 있다. 그러나 그대는 생명에 대한 자제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멈추었고 그대는 멈추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부처님의 이 말씀에 앙굴리말라는 힘이 쭉 빠졌습니다.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앙굴리말라는 그 자리에 엎드려 죄를 참회하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다른 비구들과 사밧티로 탁발을 나가면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고 옷을 찢기도 했습니다. 부처님은 그에게 일러 주셨습니다.

“성자는 참고 견디어야 한다. 앙굴리말라야, 그대는 지금 옛날에 범한 악업을 보상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선업(善業)에 전념한 그는 게송을 읊었습니다. “그 옛날 범한 악업을/늘 선업으로써 덮는 사람/마치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이 세상을 비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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