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티베트 까규종단 17대 까르마파 대립
30년여 만에 첫 공동성명… 외신들도 집중 조명

프랑스에서 첫 회동을 가진 두 까르마파. 틴래 타얘 도르제(좌)와 오걘 틴래 도르제(우). 사진출처=트리 사이클

달라이라마에 이어 티베트불교의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까르마파. 까르마파는 티베트불교에서 까르마 까규종단의 수장을 맡는다. 그러나 전대인 16대 까르마파에 이어 환생자 문제가 일어나 종단이 분열, 종단 내에 두 명의 까르마파가 존재하게 됐다.

지난 10월 11일 프랑스 파리의 교외에서 두 까르마파가 사상 처음으로 회동,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놀라운 소식을 ‘트리 사이클’ ‘부디스트 도어’ 등의 외신들이 특별 보도했다.

종단 내 의견 불일치로 인해
17대 까르마파 2명 탄생돼
오랜 시간 갈등구조 이어져
첫 회동서 ‘화합’ 거듭 강조


1981년, 16대 까르마파 ‘랑 릭빼 도르제’의 입적 후 그 환생자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대립했다. 1992년 달라이라마와 까르마 까규 내 64명의 고승들은 동부 티베트에서 태어난 ‘오걘 틴래 도르제’를 환생자로 인정한 반면, 당시 종단에서 두 번째 서열이었던 샤마르 린포체는 라사에서 태어난 ‘틴래 타얘 도르제’가 환생자라고 주장했다.

당시 중국정부 역시 오걘 틴래 도르제를 17대 까르마파로 인정, 1992년에 라사의 주석사원인 추르푸 사원에서 착좌식이 봉행됐다. 그러나 샤마르 린포체는 이에 불복해 틴래 타얘 도르제를 인도로 데려와 델리의 까르마파 불교연구소에서 착좌식을 봉행했다. 두 까르마파가 등장하면서 종단이 분열된 것이다.

두 까르마파는 이번 회동을 통해 “서로에 대해 개인적으로 신뢰를 구축하는데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만남을 몇 년간 바라왔고, 이것이 드디어 성사됐다”며 이번 만남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오랜 기간 준비를 통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까르마 까규의 법맥이 불행히 분열돼 온 것을 어떻게 치유할지에 대해 논의를 거쳤고, 이를 위해서 “의무, 책임 그 무엇이든지 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미래의 까르마 까규법맥, 나아가 티베트불교계와 일체중생의 이익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공동성명에서는 “모든 까르마 까규에 속한 승가가 우리의 노력에 동참해 법맥을 강화하고 지키는 데 함께해 줄 것”을 요청하며 분열을 넘어 화합과 단결의 모습을 당부했다. 또한 목표로는 “지혜와 자비의 법맥인 우리의 법맥을 조화로이 재정립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 공동성명은 두 까르마파의 친필서명과 함께 각자의 공식 웹사이트에 티베트어, 영어, 중국어 버전으로 공표됐다. 발표 직후 성명 내용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해외 불교계에서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티베트불교를 가르치는 유명강사 저스틴 본 쥬도는 “까르마파들의 마음과 시방 부처님의 마음, 그리고 우리의 마음은 모두 하나”라며 “꿈이 이루어졌다”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16대 까르마파의 개인비서였던 아치 체펠도 “수많은 장애를 넘어설 문이 열렸다. 두 분의 결합은 까르마 까규를 넘어 불법을 증장하는 데 큰 성공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번 회동을 통해 앞으로 두 까르마파가 어떠한 공동 활동을 진행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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