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능엄경(楞嚴經) 4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물으면 서양 사람들은 머리에 있다하고, 동양 사람들은 가슴(심장)에 있다고 한다. 마음이 이성적인가, 감성적인가에 따른 답이다. 불교에서는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 보다는 마음의 작용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 마음의 본바탕을 밝히는 지름길로 안내하는 가르침이 〈능엄경〉이다. 즉 ‘기탁염 발묘명(棄濁染發妙明)’, 번뇌에 물든 혼탁한 사량 분별의 마음을 버리고, 오묘하고 밝은 깨달음의 지혜인 묘명인 여래장묘진여성을 밝힌다. 여래장은 삼관의 실체로서 그 특성에 따라 마음의 실체인 공여래장은 사마타로 수행하고, 지혜공덕상인 불공여래장은 삼마제로 수행하며, 이 둘을 중도일심으로 보는 공불공여래장은 선나로 수행한다.

〈능엄경〉의 하이라이트는 능엄신주의 등장이다. 바른 통찰력과 청정한 계율을 지키며 수행하는 우리 곁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50마장과 마주쳐 난감해 할 때 만나는 위풍당당 수호신같은 만사형통의 능엄신주 때문에 우리가 이 경을 사랑하는 것 같다. 우리가 지옥 같은 수렁에 빠졌을 때, 부처님이 구해주는 능엄신주와 장애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는 법은 출가자나 재가자가 간절히 원하는 안전지대다. 그러나 아무나 능엄신주를 외운다고 해서 모두 가피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능엄신주의 가피를 원하는 수행자의 자격 요건이 있으니, 바로 음욕과 살생, 훔치는 것과 거짓말을 반드시 끊어야 하는 기본적인 수행지침이다. 음욕을 행하며 살아가는 재가자가 능엄신주를 통해 가피를 얻고자 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얻고자 함과 같다.

계(戒)에는 섭지(攝持)의 뜻이 있다. 섭은 자석이 금속을 끌어 당기는 힘이다. 성공하기 위해 정당한 노력이 아닌, 권력자, 재벌과의 연줄로 성공하려는 마음을 ‘반연심’이라 하는데 이 반연심을 수습하고 돌려서 정당한 방법으로 성공케 하는 마음이 바로 섭심(攝心)이다. 계율을 지키며 사는 것은 가장 평온하게 청정한 삶을 사는 것이다. 가장 평온한 마음자리(定)에서 지혜가 나오기 때문에 ‘계ㆍ정ㆍ혜’ 삼학으로 ‘탐진치’ 삼독을 다스리는 것이다. 윤회를 일으키는 원인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제거하면 지혜가 등장하는데 이 지혜를 ‘건혜지(乾慧地)’라고 한다. 이 금강 같은 초심인 건혜지 위에 십신, 십주, 십행, 십회향, 십지, 등각, 묘각의 54계위로 일체가 환(幻)과 같다는 수행을 하면 불생멸의 성품으로 불생멸의 선정을 닦아 부처님에게로 깊이 들어간다.

우리들이 ‘나’라고 하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금 내가 보고 만지고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내 존재가 눈앞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질은 없다고 하니까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존재감과 사라져간다는 무상(無常)이 충돌하면서 납득하지 못하는 불신의 마음이 생겨난다. 부처님은 이럴 때 만물이 12가지 인연으로 이루어져서 사라져가는 과정을 연기법으로 보여주며 아난과 제자들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안목을 형성해주고 있다. 능엄신주는 이렇게 수행하는 이들이 장애와 싸우다 쓰러졌을 때 119구급대원처럼 수행자를 구하는 역할을 한다.

선종의 청규인 〈백장청규〉에서 각종 의례에 대비주와 함께 능엄신주가 꼭 포함되고 있다. 안거를 원만히 회향하기 위해선 능엄단을 만들고 능엄주를 독송한다는 것은 스님들이 선수행을 할 때 나타나는 마(魔)의 경계를 알아차려 장애를 극복하고 성불하기 위한 사전작업인 것이다. 선수행을 할 때 나타나는 50마장은 부처님의 체험을 이론화해서 정리한 것으로 상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어서 읽다보면 마음속 답답함이 사라진다. 결론은 수행하지 않는 사람에겐 장애경험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장애를 만났을 때 장애 앞에 무릎을 꿇거나 쉬어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에 장애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다. 혹 마장이 일어나면 그것은 ‘지금은 수행중’이니 미리 능엄 50마장을 읽고 기억해 두었다가 마장장애가 일어날 때 호들갑떨지 말고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일 것이다.

부처님께서 깨침의 순간에 정수리에서 광명이 출현하여 비밀스러운 능엄신주를 설하셔 아난을 구출하시는 모습을 통해, 성불의 길로 안내하기 위한 부처님이 가르침을 증득하고, 보살의 길에서 실천해야 할 54계위의 수행법은 성불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니 부디 견고하게 받아들여 ‘자기화’시키라는 아난과 우리를 향한 사랑이 가득한 부처님의 말씀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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