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 스님
스님은 나비 모습으로 나에게 들어왔다. 스님께서는 “나비가 되어 이 꽃 저 꽃을 마주하며 공부하다 죽어야 해.” 하는 말씀을 화두 아닌 화두로 삼으라 하셨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각인이 되었다. 나는 다음달 11월 말이면 유방암 완치 판정을 받는다. 글을 쓰는 시간이 용맹 정진하는 시간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공부하다 죽어라”라고 말씀해주신 스님, 그립습니다.

 

 

박순금 아줌마
박순금 아줌마는 30년 째 우리 집 일을 거들어 주고 있다. 순금(順金)으로 왔지만 성실하여 지금은 ‘박성실(誠實)’로 불리며 ‘보현행’이라는 불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옆의 그림은 한 때 집안이 어려워지는 것을 알게 된 아줌마가 나에게 “거사님 돈 조금만 더 벌게 기도 좀 해 주세요”하는 말을 하게 되어 둘이서 나눈 대화 일부이다.
며칠 전, 아줌마는 나에게 물었다. 더 나이 들면 요양원도 같이 가냐고. “그럼, 같이 가야지”하고 나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인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줌마와 나는 어떤 인연일까.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 주고 가끔 잘난 척하는 나를 바라봐 주며, 단정하게 옷 손질 해주고는 입고 나가서 하는 일마다 부처님 일이라고 등 떠밀며 현관 앞에서 인사하는 아줌마가 보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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