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힐링하우스’ 개원한 백양사 주지 토진 스님

백양사에 새로 개원한 영혼의 힐링하우스. photo by 김종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유교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지금도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불교도 어쩔 수 없이 유교식 제사를 해왔죠. 하지만 이제 제사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 발맞추기 위해 영혼의 힐링하우스를 개원했습니다.”

토진 스님

고불총림 백양사에 꽤 독특한 고인추모관이 생겼다. 백양사 주지 토진 스님은 10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롭게 문을 연 백양사 추모관 영혼의 힐링하우스의 건립 취지를 이 같이 밝혔다.

영혼의 힐링하우스는 기존 명부전과 납골당이던 영각당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추모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로 평가받는 윤경식 한국건축 회장이 설계와 시공을 총괄해 전통과 현대, 삶과 죽음, 추모와 예술이 교차하는 경계를 표현했다. 윤 회장은 힐링하우스가 공간에 떠서 자유롭게 부유하는 느낌을 주고자 콘셉트를 ()-뜨다로 정했다. 건물 밖에서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존 전각 양식을 탈피해 전면 유리를 사용하는 한편, 하단에 조명을 설치해 건물이 지면으로부터 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토진 스님은 과거 불교에서는 스님이 입적하면 부도를, 신도가 별세하면 탑을 세웠다. 하지만 불자들은 여전히 제사상을 차리고, 지방을 쓰고, 심지어 문을 열어 놓은 채 조상 영혼이 들어오길 바라기도 한다면서 이제는 제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제사문화가 변했다. 경전을 독송하고, 법문을 듣는 불교식 제사문화 확산에 힐링하우스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양사 영혼의 힐링하우스는 일반적인 납골당과 달리 납골함 디자인을 원뿔형으로 제작했다. 토진 스님에 따르면 납골함은 미얀마 쉐다곤 파고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수많은 황금탑들을 보면서 원뿔형태의 납골을 고안했으며, 432기의 납골이 가능하다.

토진 스님은 건물 내에서 고인의 생전 음성과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내부시설을 추가하고, 냉난방시설을 가동해 사시사철 언제든지 가족들이 찾아오기 편하게 배려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상주하는 지객을 배치해 추모관을 관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도록 할 것이라고 운영계획을 설명했다.

힐링하우스 개관은 1020일 제22회 장성백양단풍축제와 함께 진행된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박동규 시인의 헌시를 시작으로 하상호 서화 아티스트, 이주은 명창, 이완이 첼리스트, 이수진 현대무용가, 이현정 피아니스트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영혼의 힐링하우스 내부. photo by 김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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