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나눔 템플스테이

나눔 템플스테이는 공익적 가치와 문화콘텐츠가 합쳐졌다는 점에서 공정여행이라는 최근 여행 트렌드에 부합한다. 무엇보다 타 종교에 비해 부족한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을 앞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여겨진다. 템플스테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실무자를 비롯해 여행업계 트렌드를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나눔 템플스테이의 가능성을 들어봤다.

寺勢보다 회향에 초점을

혜아 스님 (봉선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대부분의 사찰이 도량정비 등 불사를 우선적으로 고민하지만 사람 없이 지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죠. 대개 절이 작아서, 돈이 없어서 당장 나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먼저 나누려고 하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자비도량이 되고자 할 때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나눔 템플스테이는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따뜻한 정()입니다.”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에서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로 활동하는 혜아 스님은 나눔 템플스테이 확산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보다 대중 회향을 향한 각 사찰들의 마음가짐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를 이 같이 밝혔다.

혜아 스님은 교구본사에 소속된 지도법사로서 중소사찰이 처한 현실은 무시한 채 나눔 템플스테이가 좋으니 무조건 해야 한다고 주장하긴 어렵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누군가 힘들고 지칠 때 손 내밀어주는 사람은 평생의 벗이 되듯이 사찰 규모를 떠나 누가 절에 와서 무언가를 해주기 바라기보다는 절이 먼저 찾아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찰 불사부터 해결하고 회향하려다보면 그때는 대중이 이미 사찰에서 멀어져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불교계는 대중을 위한 마음가짐부터 갖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스님에 따르면 현재 봉선사는 5군단 헌병대, 장애아동시설 승가원, 강원대학교, 외국인노동자단체 등 약 10곳을 대상으로 나눔 템플스테이를 전개하고 있다. 혜아 스님은 이 중에서도 장애아동과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신체적·문화적 차이로 인해 문화체험의 기회가 적다고 말하면서 꼭 템플스테이가 아니라 사찰 문턱만이라도 낮춰 소외계층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도와주면 그것이 곧 회향이고 보살도라고 강조했다.

혜아 스님은 이어 소외계층이라고 해서 템플스테이에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속세와 떨어진 채 수행하는 스님들의 일상에서 감동을 받고, 취업난·대인관계로 고민하던 이들은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답을 찾아간다면서 나눔 템플스테이의 확대는 범불교적으로 고민해야할 과제다. 개별사찰들이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기에 우선적으로 사찰운영 기조만 바뀌어도 빠른 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끝으로 봉선사 템플스테이는 매년 1만여 명이 다녀가지만 수익은 남기지 않는다. 전부 나눔 템플스테이를 통해 대중에게 회향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곳에 마음 두지 않고 원력을 세운다면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낮은 자세의 지객 역할을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초 제시한 제5차 관광진흥 5개년 계획에서 국내 관광정책 비전은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의 실천입니다.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 등이 모두 관광에 대한 기회의 공정성을 지니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이런 면에서 볼 때 나눔 템플스테이는 최근 각광받는 공정여행트렌드에도 부합합니다. 대중에게 다가가 낮은 자세의 지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되도록 종단차원서 접근해야 합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수 대표)는 현재 불교계에서 확산되는 나눔 템플스테이의 가치를 공정여행으로 꼽으면서 불교사상에 걸맞은 콘텐츠로 자리 잡도록 종단서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나눔 템플스테이가 템플스테이 대표 슬로건인 나를 위한 행복여행의 궁극적인 방향성임을 강조한 뒤 최근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트립어드바이저 사이트에서도 공정여행이 높은 순위에 랭크되는 등 여행의 공익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사회적으로 책임질 수 있으면서도 경제적·문화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의미한다. 나눔 템플스테이는 공익 실천뿐만 아니라 자비로운 불심을 알리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 교수는 나눔 템플스테이가 최근 불교계에 불거진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여러 사건과 언론보도 등으로 인해 국내 불교이미지는 많은 타격을 입었다. 불교인구 감소 등 악재가 겹쳐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면서 하지만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사홍서원 제1서원인 중생무변서원도의 가치를 담은 나눔 템플스테이가 확산된다면 꼭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교수는 앞으로 한동안 국내외 관광정책 방향이 사회 공익적 역할 강조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불교계가 경전을 바탕으로 한 감동 프로그램 개발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정 교수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있는 도서관은 관광시설은 아니지만 여행객들의 책을 후원받고, 나중에 그 책이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장면을 사진으로 보내주며 감동을 전한다불교의 사상과 철학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이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다면 대중의 수요도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난 해소가 성장 밑거름

이병학 (불국사 템플스테이 실장)

나눔 템플스테이가 보다 확대되기 위해서는 인력난이라는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형사찰은 그나마 몇몇 사람이 일을 나눠 담당하지만 중소사찰의 경우 템플스테이 실무자 1명이 진행, 정리, 홍보 등 관련 업무를 모두 도맡아 하기 때문이죠. 더불어 젊은 실무자를 선호하는 사찰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템플스테이 현장에서 트렌드의 변화를 몸소 겪고, 실무를 담당해온 이병학 불국사 템플스테이 실장은 나눔 템플스테이 확대 과제를 인력난 해소로 꼽았다. 전문인력은 아니더라도 나눔 템플스테이의 의미를 알리고, 공공기관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사람 손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이 실장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고 홍보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템플스테이 운영사찰들은 1인 또는 2인 수준의 담당자를 두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템플스테이 인력 채용 시 젊은 세대를 선호하는 채용분위기를 언급하면서 템플스테이 실무 지원자들은 50대 이상이 많다. 그들이 갖춘 사회경험을 템플스테이에 녹여낼 수 있도록 채용할 때 기준과 시선의 변화를 주는 것도 성공열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또한 나눔 템플스테이가 공공기관 내에서 공익을 위한 모범사례로 평가되는 성과 등을 제시하며 사찰과 연계기관이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연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불국사는 3년 전부터 경주국립공원과 사회공헌 차원의 우리랑 건강 나누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참가대상은 회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문화소외계층 청소년들이라며 이 프로그램은 전국국립공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경찰서에서도 청소년 선도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템플스테이를 꼽는다. 이제는 프로그램의 특성화를 고민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이 실장은 대상자 특성별로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 성격의 프로그램 매뉴얼 제작을 제안했다. 그는 일선사찰들이 매뉴얼을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관심 환기와 새로운 프로그램 구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이 실장은 앞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도박중독자 치유 프로그램 매뉴얼>을 만든 것처럼 계층별 매뉴얼을 만든다면, 나눔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부족한 사찰에는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이미 진행 중인 사찰에는 특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체적인 템플스테이 골격과 일부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어우러져 한층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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