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사회공헌, 왜 템플스테이인가?

올해 5월 지리산 천은사에서 진행된 MT템플스테이. 한국체육대와 용인대 학생들이 참여해 대학 MT문화 변화에 힘을 실었다.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20173월 전국적으로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가 잇달아 열리던 시기, 광주 모 대학교 4학년 이 모씨가 전라남도 한 리조트에서 열린 신입생 환영회서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이 씨는 행사장 맞은 편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음식 빨리 먹기게임 도중 초콜릿 파이를 연달아 먹고 기도 막힘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성폭행, 음주 강요로 인한 사망, 손가락 절단 등 사건 사고로 얼룩진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의 폐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신입생 환영회뿐만 아니라 MT까지 대학전반에 걸친 학생들의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학 MT문화 개선 위해 시작
공공기관 연계로 분야 확대돼
올해만 1만여 명 참여하는 등
소외계층 지원정부정책 부합

확장 한계 다가온 템플스테이
공익가치 실현으로 벽 허물어
불교만의 콘텐츠에 눈길

이어 그해 5, 불교계에서는 기존에 보기 드물었던 독특한 템플스테이가 마련됐다. 공익적 목적이 두드러진 ‘MT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음주와 폭력, 서열 나누기 등 대학의 MT문화 개선을 위해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MT템플스테이에는 서울대 종교학과, 동국대 환경동아리, 한국외대 사학과, 한국체대 무용과 및 건강관리학과 등이 참여해 각각 봉선사·묘각사·법주사·불국사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당시 한 참가자는 “MT에 가면 인사치레만 하고 술 마시기 바쁘다. 실제로 친목도모에는 효과가 없는 것 같다하지만 산사에서 MT를 하니 서로를 알아가고,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봉선사와 나눔 템플스테이를 하는 강원대 국제학부 소속 학생이 법고 앞에서 사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봉선사

템플스테이에 불어온 공익
이를 계기로 현재 불교계에는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나눔 템플스테이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도 올해 이를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문화체험을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또 다른 템플스테이 트렌드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나눔 템플스테이 운영현황 설문조사 결과 총 55개 사찰서 9,782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대상도 북한이탈주민 한부모가정 소방대원 도박중독자 자살자 유가족 사회복지사 보호관찰 청소년 이주노동자 등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대부분 참가비가 무료이거나 대폭 할인된 가격을 적용해 12일 기준 평균 약 8,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금액으로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문화사업단 관계자는 지난해 대학생 MT문화에 변화를 주고, 바른 인성교육 차원에서 진행된 MT템플스테이가 호평을 받았다. 학생들과 함께 참여한 대학 교수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면서 템플스테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나눔 템플스테이는 계속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나눔 템플스테이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명칭만 나눔 템플스테이라고 규정하지 않았을 뿐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개별사찰단위에서 종종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이나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을 초청해 템플스테이를 제공하곤 했다. 지역을 아우르는 사찰들의 풀뿌리 사회공헌인 셈이다.

이후 2010년대 들어서 불교계 공익단체들이 앞장서 복지사업 일환으로 템플스테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지적 장애인을 위한 템플스테이, 불교상담개발원은 자살고위험군 템플스테이등을 선보이며 단순히 지역민을 넘어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템플스테이가 생겨났다.

특히 문화사업단은 2013공익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복지관·청소년 보호관찰소·고아원 등 문화소외계층과 지역사찰을 연계해주기 시작했으며, 201411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 도박문제 치유·재활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회공헌 템플스테이에 대한 불씨를 당겼다. 이는 <도박중독자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 매뉴얼> <정신 및 감정 노동자를 위한 템플스테이 기업연수 프로그램 매뉴얼> 등의 제작으로 이어져 전문적인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해지는 성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문화사업단을 통해 지역사찰과 공공기관 연계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고양 흥국사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북부센터, 제주 관음사는 제주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보은 법주사는 청주지방법원, 경주 불국사는 울산보호관찰소와 템플스테이 업무협약을 맺고 각각 대상자들을 위한 맞춤형 템플스테이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 관음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명현 스님은 템플스테이가 십수 년간의 연구와 홍보를 거쳐 사회전반의 주요한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공익단체들도 이를 눈여겨보게 되고, 점차 확장의 한계를 느낀 템플스테이와 맞아떨어져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장애아동시설 승가원. 장애아동을 위한 체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제공=봉선사

반응은 최고접근성 향상 과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템플스테이 실무자와 공공기관 측 평가를 종합해보면, 나눔 템플스테이에 대한 참가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먼저 내담자들의 회복을 위해 대안프로그램으로 템플스테이를 활용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정서적 환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다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주임은 템플스테이는 자연 속, 그리고 조용한 환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기회가 된다가족들과 함께 쉬면서 삶에 대한 계획을 단기에서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내담자가 많다. 1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분들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에 따르면 템플스테이가 불교계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거부감이 들거나 타 종교 프로그램을 요구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청소년 교화를 담당하는 법원과 보호관찰소에서는 생명존중사상자연환경에서 템플스테이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정인숙 청주지법 전문조사관은 그동안 아이들이 사찰탐방을 하며 표면적인 불교를 눈으로만 봤다면 템플스테이는 생명의 소중함, 타인에 대한 배려, 나에게로의 집중 등 여러 가치를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면서 무엇보다 가족과 다시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다.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주지법차원에서 정리한 아이들의 템플스테이 소감문에도 적은 것에 만족하라는 스님의 한마디에 내적 갈등이 해결됐다” “108배의 1배마다 의미가 담겨 좋았다” “마음이 진정되고 인생의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소감이 줄을 이었다.

제주 관음사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 제주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업무협약.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나눔 템플스테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현장인 일선사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아가 교리적으로 불교계가 당연히 실천해야할 일을 할 수 있는 사례가 돼 의미가 깊다는 반응이다.

이명희 서울 금선사 템플스테이 팀장은 사찰이라는 공간은 일반사회와 문화부터 분위기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개인적인 욕심을 떠난 스님들의 일상만으로도 일반인들에게는 무언의 메시지가 돼 울림을 준다면서 템플스테이가 여러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는 큰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모든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불교에는 보살도 실현의 방편으로 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나눔 템플스테이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바로 사찰의 재정적 부담 완화와 소외계층의 템플스테이 접근성 향상이다. 사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나눔 템플스테이에 소요되는 재정은 대부분 해당 사찰이 부담하는 편이다.

이병학 불국사 템플스테이 실장은 일반사회에서 종종 템플스테이를 사찰의 수익사업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수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나눔 템플스테이를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해주는 사례가 있지만 드물다. 결국 사찰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커 나눔 템플스테이 확대가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관음사 지도법사 명현 스님도 예산의 한계에 공감하면서 많은 나눔 템플스테이가 12일로 진행된다. 여건이 된다면 23, 34일 정도로 운영해 참가자들에게 더 큰 여운을 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도량정비를 하는 등 시설적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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