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나눔 템플스테이를 주목하라

나눔 템플스테이가 불교계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교라는 종교적 색채를 넘어 이해와 존중, 평화와 공존이 숨 쉬는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제공=서울 금선사

템플스테이가 전 세계인에게 알려진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의해서였다. 처음에는 월드컵 기간 동안 부족한 숙박 시설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시작되었지만 산사를 개방하고 사찰에 머물게 하는 생경한 경험들이 낯선 이방인에게 새로운 동양문화에 대한 신선한 경험을 불러일으켰고, CNN·뉴욕타임즈·BBC·NHK 등 전 세계 언론에서 집중 보도하면서 대한민국의 템플스테이는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문화 월드컵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이후 사찰이 스님들만의 수행 공간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내국인들 역시 호기심과 기대를 갖고 사찰을 찾기 시작하면서 TempleStay가 합쳐진 ‘Templestay’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어냈다.

이어 2009OECD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성공적인 문화관광상품으로 템플스테이를 선정하였다. 현재 템플스테이는 전국 110개 사찰에서 연간 49만여 명이 다녀가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템플스테이가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한 한국 전통 불교문화의 체험을 넘어서 극심한 경쟁 사회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한 정서지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소외계층을 위한 템플스테이가 확산되는 등 우리 사회의 공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 속 템플스테이
나는 지난 2009년부터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템플스테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템플스테이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왜 이곳에 왔습니까?”라고 물으면 열 중 여덟 이상이 불교문화 체험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자아성찰의 기회와 휴식을 갖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내국인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휴식을 얻기 위해, 외국인은 한국문화 중 가장 대표적인 전통불교를 가장 심도 있게 느끼고 싶어 템플스테이를 찾고 있었다.

무엇보다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 체험을 넘어 지역사회와 연계해 다양한 사회공헌 역할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고 있다. 장애인이나 한부모가정 등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부터 독거인들을 위한 마음 쉼 치유, 학교 내 폭력이나 범죄에 노출된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선도 활동, 자살예방과 도박중독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 등 템플스테이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템플스테이는 소외된 이웃을 감싸고 서로를 돕고 이해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뤄나가는 데 앞장서는 우리사회 힐링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공익적 가치가 담긴 템플스테이는 어쩌면 한국불교와 템플스테이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일 수 있다.

몇 년 전, 속리산 법주사 템플스테이 울화통 캠프에서 고등학생 태식이를 만났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혀 충북경찰청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와 함께 선도 차원으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친구였다. 공부에 관심 없던 태식이는 모의고사 날 대충 답안지를 작성하고 엎드려 있다가 선생님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문제를 다 풀었어도 다시 보라는 선생님의 호통에 태식이는 참지 못하고 의자를 던지고 욕설을 내뱉었다. 그렇게 태식이는 구치소에 가게 됐다.

태식이는 그곳에서 무릎을 감싸 안은 채 며칠을 울었다고 했다. 모든 어른들이 태식이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이 너무 억울하고 외롭고 답답해 그저 우는 일밖에 할 수가 없었단다. 만약 태식이에게 마음 한 조각이라도 꺼내 보여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구치소행을 피하진 않았을까? 화가 잔뜩 난 채로 일주문에 들어섰다가 자신의 마음을 다 쏟아내고 편안한 얼굴로 떠나던 태식이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태식이 이야기는 지도법사로 활동하며 겪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태식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 자살충동과 매일 싸우는 사람들, 젊은 나이에 홀로 자식을 키우는 한부모, 이역만리 고국을 떠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여성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템플스테이는 소외계층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더 빛나는 문화콘텐츠로
템플스테이는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기에 모든 순간이 에피소드다. 어떻게 보면 참가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한 편의 멋진 작품과도 같다. 진행자인 나 자신도 참가자 못지않은 감동과 보람을 얻는, 그래서 스님으로서 커다란 보람을 느끼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온 외국인들의 순수한 열정은 감동 그 자체다. 좌식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 다리를 꼬고 앉아 명상에 집중하는 모습, 차수나 반배 같은 익숙하지 않은 사찰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지켜주려는 모습 등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수준 높은 문화적 존중과 배려에 수행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럴 때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라는 길을 택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더해진다.

국적, 인종, 종교를 초월해 그 어떤 사람이라도 누구나 찾아와 영혼의 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템플스테이가 지니는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신교인들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타 종교에 대해 존중과 이해의 마음을 갖게 되며, 이는 단순히 종교적인 인식 차이를 넘어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수용하는 매우 성숙한 자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템플스테이가 끝날 때쯤 지도법사인 나를 찾아와 편안한 표정으로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템플스테이의 백미라고 불리는 스님과의 차담 시간을 통해 내면의 어려움을 털고 한층 밝아진 참가자들의 변화를 몸소 체험할 때면 템플스테이가 가진 위대한 힘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제 템플스테이는 한국불교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찰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정신적 수양을 도모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전 세계인들에게 불교와 무형의 한국 정신문화 유산을 공유하고, 나아가 국가 이미지 확립에 기여하는 21세기 정신문화의 주도력을 지닐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단 한 명도 소외된 이 없이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도록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

최근 드라마나 K-pop 등의 한류가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선도하고 있음에 주목한다면, 한국 정신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불교 역시 전 세계인의 정신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과 가치가 있음을 자부한다. 이에 발맞추어 사회 공적 기능을 넓히기 위한 전문성을 확립하고 지도법사를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 확충 등 양질의 콘텐츠를 위한 다양한 양적·질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템플스테이가 불교라는 종교적 색채를 뛰어넘어 이해와 존중, 평화와 공존이 숨 쉬는 전 인류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공간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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