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50년 향해 6천여 비구니 힘찬 발걸음 함께할 터”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

전국비구니회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반백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그 시간과 무게만큼 교육·수행·포교·복지 등 다방면에 걸쳐 비구니 스님들은 몰라보게 역량이 강화됐다. 규모 또한 신장됐다. 현재는 가입 회원이 6천여 명으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17곳서 지회를 운영중이다. 1968년 전신인 ‘대한불교비구니우담바라회’로 첫 발을 내디딘 전국비구니회는 50여년 동안 ‘도덕을 높이고 신의를 밝혀 사회의 꾀함을 위함’이라는 기치를 표방하며 ‘총림의 건립’ ‘포교의 합리화’ ‘복지사회 건설’이라는 3대 강령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왔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비구니들의 대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확대하고, 종단 내 종무행정과 입법활동분야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심점이 됐다.

하지만 앞으로 한세기를 채우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해야 할 전국비구니회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10월 9일 전국비구니를 이끌고 있는 회장 육문 스님을 당신이 회주로 있는 군위 법주사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50주년을 맞은 소회와 향후 계획 및 개인사 등에 대해 들어봤다.

문화 복지 포교 등서 괄목 성장
의료비 지원 사업활동도 전개
비구니 참정권 차별 개선 과제



▲ ‘소통과 화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으며, 지난 2015년 전국비구니회 제 11대 회장에 취임하셨는데, 올해 재임중 전국비구니회 출범 50년을 맞은 소회를 먼저 말씀해 주신다면?

- 처음 출범할 당시에는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이 수행과 교육, 포교쪽에 한정돼 있었죠. 대사회 활동이란 생각도 못했어요. 5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문화, 복지, 포교 부분에서 괄목할만한 큰 성장을 했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행면에서도 철저합니다. 현재 34개 선원서 600여 비구니 스님들이 화두를 들고 정진중입니다. 또한 교육분야에서도 국내외서 박사학위를 받은 스님들이 다수 있을 정도로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은 분명히 강화 됐습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스님의 큰 업적이라고 하면 종회의원 활동을 하실 때, 비구니 스님들에게 참정권을 부여 받게 한 것을 비롯해 종단 참여를 활발하게 만든 것이라고 들었는데요.

- 제가 종회의원 활동을 하던 11대 종회때만 해도 비구니들은 많은 숫자임에도 종단 행정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본사 이상의 주지는 맡을 수 없었고, 종단의 국회 격인 80여 석 중앙종회에도 10석만 비구니 몫으로 할당됐지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참정권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종회서 문제를 제기해 지금은 거의 본사당 2명 정도는 총무원장 선거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이 부여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참정권에 대한 차별은 개선돼야 될 과제입니다.    


▲ 전국비구니회는 50년 전 처음 결성될 때 총림건립, 포교 합리화, 복지사회 건설 등을 3대 강령으로 세운걸로 압니다. 이 목표들이 잘 이루어 졌는지 궁금합니다.

- 아직 모든 부분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청도 운문사 같은 강원과 선원, 그리고 율원이 있는 청정 비구니 수행 도량을 세웠고, 포교 분야에서는 비구니 스님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적 힘을 보태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물론 비구니들에게도 출가자수 감소란 소나기를 피해갈 수 없어 강원과 율원이 최소한의 인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복지 부분에 있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같은 부분을 해소하고자 해마다 정기총회와 운영위원회 회의 등을 열고 의견 청취를 하고 있습니다. 17개 지회를 정비해 지역 비구니 스님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비구니 권익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중 하나입니다.


▲ 탄탄한 비구니 스님의 기본교육은 전국비구니회 출범으로 이부승가로서 비구니의 위상을 세워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 전국비구니회는 기본 교육을 바탕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전법을 위해 다양한 교육들을 시행하면서 비구니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확대됐습니다. 내적으론 계율정신을 고취시켜서 비구니의 바른 정체성을 확립시켰고, 비구니 위상과 자성을 일깨우는 참여의 정신도 되살렸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은 이제 사회 전반에 지도자로서 자리매김을 톡톡히 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100년을 향해 나아갈 전국비구니회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종단과 사회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진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국비구니회를 중심으로 한국불교와 대사회적인 더 큰 일들을 도모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구 스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도 승려 복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전국 비구니 스님들의 노후복지를 위해 해인사 자비원과 광명노인 요양원, 진주 장애인 복지관을 인수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의료비 지원 사업 활동도 꾸준히 전개할 예정입니다.


▲ 10월 28일 서울 수서동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서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나요?

- 먼저 비구니회의 창립과 발전에 기여한 사부대중들을 위한 영산재와 법요식이 봉행됩니다.  또 불교를 대표하는 문화인 ‘사찰음식’과 관련된 행사들도 마련됩니다.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이 강의에 나서고, 사찰음식 체험 부스와 특산물 플리마켓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뮤지컬과 수화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펼쳐집니다.

이번 50주년 기념행사는 깊은 의미를 담다보니 2박 3일동안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간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판단하에 단 하루동안이라도 전국 비구니회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로 만들려고 합니다.


▲ 평소 스님이 애송하는 선시가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 서산대사께서 말씀하신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락후인정)’입니다. 뜻을 해석하면 “하얀 눈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는 함부로 발걸음을 내딛지 말아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라는 의미입니다. 선배들이 어떤 행동과 결정을 내릴 때, 명심해야될 내용입니다. 얼마나 신중해야 되는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선시입니다.    


▲ 마지막으로 후배 비구니 스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항상 잊지 말기 바랍니다. 수행자의 역할도 시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 하지만 어떤 유혹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출가한 본뜻을 상기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본분을 지키다 보면, 다른 도반들과도 화합하게 됩니다. 첫째도 화합, 둘째도 화합, 셋째도 화합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구비구니회는 물론 자신이 수행중인 절집에서도 대중들과 화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혼자 해낼 순 없는 것이 진리이지요. 화합을 위한 덕을 베풀다보면 그 복덕은 분명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육문 스님은?
1962년 부산 범어사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수지했다. 이후 1973년 보은 법주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으며, 1969년 경북 양진암서 수선 안거이래 25안거를 성만 했다. 은해사 백흥암 감원(1982년), 제 11대 중앙종회의원(1994년), 전국비구니선원 선문회 회장(2004년~2014년)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는 제11대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군위 법주사 회주, 은해사 백흥암 회주, 선원수좌복지회 이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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