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대한민국은 ‘음주공화국’이다. 우리 사회가 음주공화국이 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1920년대부터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술 마시기를 매우 좋아하며, 타인의 음주행위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고 여기저기에 기술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 대해서 사람들은 우리의 음주행태를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이해한다. 즉, 음주가 하나의 의식체계라는 것이다. 우리처럼 집합주의가 지배적인 생활문화에서는 술자리에서도 개인의 입장은 무시되기 십상인 하나의 규범으로 작용하여 술을 즐기기보다는 공동체 규합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취폭력 등 사회문제 대두돼도
음주에 한없이 관대한 한국사회

이젠 ‘음주 라이딩’까지 만연해
처벌·단속 시작했지만 벌금 수준
음주문화 바꿔야 현 문제 해결

음주 인해 다른 죄 지을 수 있어
장소와 때에 따라 자기 절제해야


또한 우리에겐 아직도 노동과 여가가 제대로 나눠지지 못하여 노동이 여가요, 여가도 노동인 경우가 많은데 그 간극을 술이 가교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마도 대한민국은 음주공화국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음주의 사회적 의미가 남다를 정도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였지만 그 폐해 또한 만만치 않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나친 음주로 인한 질환으로 소모되는 의료비는 가히 천문학적인 비용을 우리 사회에 요구하고 있으며, 음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음주로 인한 범죄는 물론이고, 심지어 음주상태에서 국가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과 경찰기관에 대한 심각한 폭력행위, 즉 주취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음주운전을 우리만큼 강력하게 단속하는 나라도 없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와 그 피해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음주 자전거 운전, 즉 음주 라이딩까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서글픈 소식이다. 최근 들어 자전거 동호인이 크게 늘면서 음주 라이딩도 그만큼 만연해졌다고 한다. 자전거가 보호 장비를 아무리 갖추어도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사고 시 외부 충격에 너무나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음주 라이딩에 대한 조치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에 정부에서도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면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신설하였다고 한다. 물론 자동차 음주운전과 달리 벌금이나 징역형이 아닌 범칙금만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처벌규정이 음주 라이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처벌될 수 있음을 경고해 음주 라이딩의 동기를 어느 정도는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벌이 미약하고, 단속도 쉽지 않아서 경미한 처벌마저도 불확실하다면 다른 방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음주문화를 개선하는 길일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 범죄학박사.

술 자체가 사회의 악이고 원천적으로 금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부터 우리 불가에서도 술을 술이라고 하지 않고 ‘곡차’라고 했다. 고승들의 일화에도 ‘곡차’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술을 마시는 자체만으로 계를 어겼다(犯戒)고 보지 않는 의식이 저변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음주만으로도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음주로 인하여 다른 죄를 지을 우려가 있어 금지하는 차계(遮戒)로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오계 중에서 ‘불음주’계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대신에 ‘술을 취하도록 마시지 않겠습니다’로 수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우리가 술을 마신 후 허튼 짓을 하지 않을 정도로 절제하면서 마실 수 있는가 의문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술은 때와 장소, 그리고 경우에 따라 ‘음주’와 ‘불음주’가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