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부처님께 정성껏 바친 기도

선지식에게 수도장에 쥐약을 놓지 않고 쥐를 소탕하는 방법을 여쭈었을 때,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었습니다.

“어째서 쥐가 그렇게 들끓는지 아느냐? 그것은 너희들의 마음속에 쥐의 마음, 즉 빈궁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니라. 쥐가 싫다는 마음을 자꾸 부처님께 바치면 너희들 마음속에 쥐의 마음인 거지 마음, 거저먹으려는 마음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너희들 마음에 거지 마음이 사라지지 않으면 아무리 쥐를 내쫓으려 해도 목장에서 쥐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내용이 방송사를 통해 전국에 소개되었을 때 불자들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들릴 수 있었겠지만, 대구의 어느 절 주지 스님께서는 그렇지가 않으셨습니다. 너무도 신선했고 깊은 공감을 가지게 되었으며, 당신 자신의 난제에 그대로 적용해 보겠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스님이 계시는 절은 대나무 밭이 있는 야산과 바로 인접해 있기에 절 곳곳에 해충들이 많이 들끓었습니다. 그중에 독충인 지네가 많아 주지스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골치 덩어리였습니다. 새벽마다 신도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는 신성한 예불시간에도 천정에서 지네가 떨어지니, 법당은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는 잠을 자다가도 지네에 물리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주지스님께서는 이 난제를 부처님께 바치라는 방법을 듣자마자 그대로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즉 해충에 대한 두려운 생각, 위험하다는 생각 등을 부처님께 정성껏 바쳤습니다. 처음에는 이 생각을 바친다고 정말 지네가 사라질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바쳤지만, 웬일인지 바치면 바칠수록 하루하루 신뢰가 깊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법당에 지네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편안하게 잘 지냈는데, 어느 새 다시 슬금슬금 지네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이 주지스님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해충이 나타나는 것을 내 마음속의 허물인 줄 알고 정성껏 바쳤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나타나니, 부처님께 바치는 가르침에 대한 신뢰가 그대로 무너지게 되었습니다.(아마도 이만하면 되었다는 분별심을 냈던가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절 주변의 다른 일반 가정집에서도 해충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이웃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재차 바치는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기도법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모든 도량에 해충이 사라져 언제나 밝고 쾌적한 곳이 되어 부처님 전에 복 많이 짓기를 발원합니다”고 하였습니다. 즉 내 법당만 깨끗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마음이 되어서 이런 고통을 받는 모든 곳에 해충이 사라져 부처님 시봉 잘 하기를 진심으로 발원하였더니, 다시 감쪽같이 법당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 집에서까지도 해충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주지스님께서는 이런 체험을 하면서 참으로 깨달은 부분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모든 기도에는 이기적인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부처님 마음이 되어 무슨 생각이든지 부처님께 바쳐 매일매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늘 씩씩하고 든든하며 즐겁고 행복한 삶이 되고 계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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