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주는 행복과 추석선물. 그림=조향숙

 

한가위 추석을 앞두고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마음이 넉넉합니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고 주는 마음은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정(情)을 담은 선물은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나눔’입니다.

아주 오래전 추석 전날이었습니다. 시골 할아버지가 마을 입구에서 객지에서 찾아올 자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명절에 자식이 노부모에게 못 갈 경우 인사를 드리는 것이 효도의 선물입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또 외로운 이웃에게 조건 없는 관심을 가질 때 추석은 풍성해집니다.

선물은 조건없는 情 나눔
주는것은 비움의 수행
받아줄 이웃있어 행복

선물에 무엇을 바라는 ‘조건’을 담아 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김영란 법’이 생겼습니다. 이 법이 부패예방에 기여했으나 역기능도 있었습니다.

선물은 사랑과 배려 그리고 감사의 뜻을 담은 순수한 나눔일 때 의미가 있고 빛이 납니다. 주었으니 받아야 하고 받았으니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만의 행복을 바라는 어리석은 사람은 주는 행복을 멀리하고 ‘받는 행복’에만 집착합니다. 받는 행복은 일시적이며 갈애(목마름)의 원인입니다. 갈애에서 원망과 미움이 생깁니다. 행복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탐심이 분노로 바뀌어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갈애는 번뇌 중에서 가장 심한 번뇌장으로 집착을 일으키는 근원입니다.

*‘주는 행복’은 비움을 깨닫는 수행이며 갈애가 없는 진정한 행복입니다. 참다운 행복이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입니다.

산승이 40여 년 전 삼천사에 처음 왔을 때 사하촌에는 춥고 배고픈 이웃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삼천사는 겨우 가람의 흔적만 있는 상태였으나 사하촌 이웃들과 쌀이며 국수와 연탄을 나눴습니다. 그 ‘나눔의 묘목’에서 사회복지법인 인덕원이 탄생했습니다. 무엇을 나누고 받아줄 이웃이 있다는 것은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주는 마음은 이웃의 고통을 대신하는 자비심입니다.

〈삼국유사〉권5에 나오는 정수 스님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지만 되새겨 보겠습니다.

신라 애장왕 때였습니다. 황룡사의 정수 스님은 추운 겨울날 삼랑사에 갔다 오는 길에 맨 땅에서 해산을 한 거지여인을 보았습니다. 스님은 폭설에 얼어 죽게 된 여인을 안아서 몸을 녹여준 후, 옷을 벗어 여인과 갓난아이를 덮어주고 벌거벗은 채 황룡사로 돌아왔습니다.

정수 스님의 자비행은 주었다는 생각조차 없는 무주상의 가르침입니다. 주는 행복은 이처럼 무주상을 깨닫는 무량공덕의 자리입니다. 광명의 자비가 넘쳐흐르는 이고득락의 행복입니다. 이웃에 대한 조건 없는 측은지심의 나눔을 연습하다보면 보살의 공덕을 쌓아 후득지가 나오고 생활 속의 성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의 무집착을 통과할 때 지혜를 만납니다. 그 지혜는 행복을 끝없이 생산합니다. 올 추석에는 명절이 있어 더 외롭고 쓸쓸한 이웃의 손을 정겨운 마음으로 잡아줍시다. 보름달처럼 환한 마음으로 주는 그 자체가 ‘주는 행복’이자 공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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