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전문화 균형… 불교명상 과제 실마리
⑤ 美 명상센터 현장 - 레이크 쉬라인

레이크 쉬라인은 다양한 인종·문화를 담고 있는 LA에서도 다종교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다. 인도 요가와 함께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수행을 함께 할 수 있다.

다문화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다양한 종교 또한 분포해있다. 특히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아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LA지역은 종교의 용광로이기도 하다. 이런 LA에서 다종교 사회에서의 명상 수행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LA 레이크 쉬라인(Lake Shrine)이다. 우리말로 호수명상센터로 볼 수 있는 이 곳은 요가 수행자인 파라마한사 요가난다가 세운 곳이다.

강좌를 듣기위해 레이크 쉬라인에 모인 미국 명상수행자들의 모습.

 

상쾌한 날씨와도 같은 첫 인상 받아

뉴욕에서 하루가 걸려 도착한 LA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한 뉴욕시내와 폭우가 내렸던 동부와 달리 넓게 자리한 건물과 야자수, 그리고 선선한 날씨와 바람은 기분까지 상쾌하게 했다.

LA에서 많은 사찰과 명상센터가 있지만 ‘레이크 쉬라인’을 찾은 이유는 이러한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레이크 쉬라인은 1950년 파라마한사 요가난다(Paramahansa Yogananda)에 의해 설립된 곳으로 매년 수만명의 방문자가 이 곳의 아름다운 경관과 분위기를 살피고자 이 곳을 방문한다.

산타모니카에서 1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10분가량 가면 레이크 쉬라인이 나온다. 전체 면적은 10에이커로 중앙의 호수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레이크 쉬라인은 1920년대 초 인세빌(Inceville) 영화사가 이 곳에서 무성영화를 제작하며 알려졌다. LA지역의 부동산 재벌인 알폰조 벨(Alphonzo Bell)이 이 곳을 인수하였고, 그는 협곡을 메우는 토목공사를 하였다. 공사가 중단되고 물이 채워졌고, 결국 호수가 되었다. LA에서 유일하게 자연적으로 물이 솟아오르는 호수지만 10년 가까이 미개발지로 남아있었다.

1940년대 맥앨로이(McElroy)가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500종류의 열대식물과 관목류 등을 정리하여 관개공사를 하고 대규모 정원으로 꾸민다.

1940년대 후반 맥앨로이 부부는 호수 주변에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정유회사에 이 땅을 판매하는데, 정유회사 사장은 이 땅에 다종교 교회가 들어서는 꿈을 꾸고, 결국 파라마한사 요가난다에게 다시 땅을 팔게 된다.

일반 명상의 대중화
산책길 마다 각종교 상징
종교별 수행 가능해

금요일 단체 명상 진행
요가 명상의 전문화
명상 지도자 상시 면담

요가 집중수행 기회 제공
은둔·고행 강요는 없어

애초에 정원, 그리고 리조트를 위해 개발된 곳이기에 레이크 쉬라인의 모습은 명상수행을 위한 전문시설이기 보다는 평온한 숲속의 호수 같은 느낌이 든다.

레이크 쉬라인은 요가난다가 미국에 진출한지 30년이 되는 1950년 8월 20일 낙성됐다. 금색아치가 있는 연꽃모양 건물이 메인 건물로 자리했는데, 이는 인도에서 무한대의 가능성을 향한 정신의 깨우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요가난다는 이 곳에서 비폭력을 통한 저항과 평화를 알린 마하트마 간디를 기리기 위한 ‘국제평화기념조형물’을 세우고, 준공 당시 간디의 유골을 중국으로부터 가져와 안치했다.

요가난다는 입적 전 여러사람들에게 레이크 쉬라인의 새로운 수행처 건설의 필요성을 전했다. 1996년 SRF에서는 레이크 쉬라인을 접한 언덕에 새로운 수행처를 만든다. 동양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혼재된 건물로 금색 연꽃 왕관모양의 8각 돔을 지니고 있다.

정문에서 바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광장에 조성된 비석. 이와 같은 각 종교별 비석이 5개가 있다.

 

스티브 잡스에 영감을 준 요가난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의 아이패드에서 단 한권의 책만 저장된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 책은 잡스가 10대시절 처음 읽고 20대 인도여행 후 해마다 한번씩 읽은 요가난다에 대한 자서전이었다.

레이크 쉬라인을 세운 요가난다는 명상을 통해 직관과 통찰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요가난다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을 끊고 영적으로 진일보한 삶을 살 때 우리 자체가 진리임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스티브잡스는 명상을 통해 인문학적 감각과 과학적 재능을 결합하고 창조성을 발현해 혁신을 이뤄냈다.

인도 요가의 대표적인 인물

이러한 잡스의 스승인 요가난다는 1893년 1월 5일 인도 고락푸르에서 태어났다. 요가난다 앞에 붙는 파라마한다는 물과 우유가 섞여 있을 때 우유만 분리해 낼 수 있는 신성한 자를 뜻하는 것으로 일종의 선지식을 칭하는 용어다. 요가난다 또한 ‘요가와의 합일에서 오는 기쁨’이란 뜻으로 불교에서의 법명과도 같은 명칭이다.

구도자로서 요가난다는 11세에 집을 떠났고 스승 스리 유크테스와를 만나 지도를 받으며 요가 명상수행으로 삼매를 체험한다. 벵갈 디히카에서 7명의 학생으로 학교를 설립한데 이어 1920년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종교회의에 인도 대표로 참석하며 본격적인 미국 전법에 나선다.

그의 미국 방문에 이어 그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은 1925년 LA에서 자아실현회(Self-Realization Fellowship, SRF)란 명상단체를 조직했다. SRF는 인도에서는 ‘Yogoda Satsanga Society of India’로 알려져 있다. 본부는 콜카타 근처 다크시네스와르에 있고, 90개의 명상 센터와 21개의 교육기관 그리고 다양한 자선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54개국에 약 500개 명상센터들에서 SRF는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묵언과 함께 단체 명상을 한다.

요가난다는 명상을 바탕으로한 엄격한 요가수행법을 기독교적 구원관을 가진 서구인들에게 간결하게 전했다. 요가난다는 인도 베단차 철학과 라자요가학, 그리고 세계 여러 철학을 가르쳤는데, 특히 부처님과 예수님이 모두 전생에 완전한 해탈을 성취하고 인류 구원을 위해 자기 의지로 이 땅에 온 존재로 설명하고, 수행자들은 다른 대중들에게 해탈과 깨달음의 길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사명 아래 모든 종교 근원은 같기에 하나의 인류애를 가져야 함도 강조했다.

풍차 내부에 마련된 기도실에서 기도하는 이들.

 

일반명상과 요가 수행, 이분화 제공

레이크 쉬라인에서는 두가지 유형의 수행법이 제공된다. 바로 일반적인 명상 프로그램과 크리야 요가의 전문 프로그램이다. 일반 명상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일반 수행자들은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며, SRF공동체에서의 명상 체험을 하게 된다. 목요일 저녁에는 호수의 작은 사원에서 강의가 진행되며 금요일 저녁에는 단체명상이 이어진다. 또 일요일에도 아침에 강의가 진행된다.

레이크 쉬라인에는 다양한 종교의 수행을 구분없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호숫가에 풍차 형태를 띤 예배당에는 각 종교의 상징이 걸려있다. 호수를 감싼 산책길에는 불교를 대표해 불상과 관음보살상이, 기독교를 대표해 예수상, 힌두교를 대표해 크리슈나상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호수가에는 팻말에 여러 종교 경전의 말과 요가난다의 가르침을 써놨다. 또 중앙광장에는 불교의 법륜, 이슬람교의 ‘별과 초승달’, 유대교의 ‘다윗의 별’, 기독교의 십자가, 힌두교의 산스크리트어 ‘옴’이 새겨진 비석이 만들어져 있다.

레이크 쉬라인 이와 함께 요가난다가 전한 크리야 요가를 수행할 수도 있는데, 크리야 요가의 경우 SRF본부에서 승인을 받은 지도자가 가르친다. 매주 주말에는 SRF 지도자의 집중 수행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전문적인 서적과 테이프도 제공된다. 또 지도자들과 항상 면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간디의 유골이 봉안된 기념물.

 

크리야 요가가 다른 수행법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은둔이나 고행을 강요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선지식의 지도가 필수적이지만, 그 이후에는 신실한 마음으로 규칙적으로 수련한다면 집에서도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 크리야 요가의 거장인 라히리 마하사야 역시 가정을 꾸리고, 출퇴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던 재가 수행자였다.

레이크 쉬라인에서는 수행자들은 묵언으로 임하며 1인실 독방과 동성의 수행자 두명이 같이 쓸 수 있는 방, 그리고 결혼한 부부가 이용할 수 있는 방을 사용한다. 모두 독립된 욕실이 있기도 하지만 공동욕실을 사용할 수 있으며, 방마다 발코니가 달려있다. 수행자들은 모두 채식으로 공양을 하며 메뉴를 고를 수도 있다. 매주 일요일이면 수백명의 수행자들이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내서를 살펴보는 방문객들.

 

대중화와 전문화 사이에서…

레이크 쉬라인에서는 미국 사회에서의 요가가 어떤 방식으로 퍼져 나가는지를 살펴 볼 수 있었다. 2016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미국에서 약 3670만 명이 요가 강좌를 듣고 있다고 밝히며 2012년 요가 인구 2040만명에 비교하면 3년만에 80%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그 원인으로 대부분의 요가 수행자들이 ‘몸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61%)라고 답했다고 했다. 또 스트레스 해소(56%)와 운동 방법의 하나(49%) 등 일종의 웰빙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포브스>는 집중력 향상 등을 목적으로 요가 교실을 운영하는 미국 초중고교가 증가하는 점을 들어 적어도 당분간 미국에서 요가 관련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풀이했다. 이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불교명상의 상황과도 흡사하다.

이와 함께 미국사회에서 요가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었다. 열린 공간이 특징인 레이크 쉬라인에서도 크리야 요가 수행을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과 과정이 있고, 이를 위한 전문수행자의 지도를 강조했다. 이는 대중화와 전문화 사이에서 불교명상이 절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것과 같았다.

2013년 <불교평론>이 진행한 ‘명상붐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회장 인경 스님은 “불교명상에 대한 대중의 열정은 시대적인 스트레스 문제와 아픔에 대한 치유적인 대안으로 나타났다”며 “불교명상의 경우도 현실적인 문제와 연결될 때는 전문화 되어야 하고, 본질적으로는 근본적인 본성, 깨달음과 연결되어야 생명력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크 쉬라인에서 불교명상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안고 귀국의 길에 올랐다.

레이크 쉬라인의 야경.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