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休’ 같은 ‘쉼터’ 복지관장
지역민의 ‘休’ 같은 ‘쉼터’ 복지관장
  • 하성미 기자
  • 승인 2018.10.06 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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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 스님(거창 삶의 쉼터 관장)
은사 스님의 치매를 돌보며 ‘사회복지’에 눈뜨게 된 일광 스님은 2008년 ‘거창 삶의 쉼터’ 개관 때 인연을 맺고 2014년부터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은사 스님의 치매를 돌보며 ‘사회복지’에 눈뜨게 된 일광 스님은 2008년 ‘거창 삶의 쉼터’ 개관 때 인연을 맺고 2014년부터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 ‘거창 삶의 쉼터개관 인연
사무국장 거쳐 2014년 관장 부임
부침 겪는 중학생 등 대중 위로
상담 중학생 남자친구로 불러
산문집 <스님의 남자친구> 출간
2014, 2017 복지시설 평가 종합 A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앞장
지역공동체 중심된 쉼터 이뤄
‘108후원의 집’ 402호 점 개설


아무도 제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좌절했는데 스님이 있어 위로가 되어 자신감이 생겼어요.”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인간에게 인간의 존재가 점점 가벼워지기만 하는 세태 속에서 위로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일일 것이다. 지역의 중학생에서부터 백발의 어르신까지, 그들의 따뜻한 위로가 되어 불법을 실천하는 이가 있다. 경남 거창 삶의 쉼터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의 위로가 되어주고, 그들의 쉼터가 되어 살아가는 일광 스님이다. 스님은 남자 중학생을 남자친구라고 부르고, 동네 어르신들은 슬그머니 다가와 자연스럽게 스님의 팔짱을 낀다. 마흔의 중년 남자는 관장실문을 자기 집 대문처럼 열고 들어와 손수 구운 와플을 건네고 수다도 떤다. 스님이 따뜻하게, 그리고 향기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스님의 남자친구(?)

지난 7, <스님의 남자친구>라는 엉뚱한(?)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일광 스님의 산문집으로, 스님이 쉼터를 운영하면서 만난 인연들과의 사연을 담고 있다. 소박하고 따뜻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스님의 남자친구>에 등장하는 남자친구는 중학생이다. 스님께 상담을 신청했던 동네 아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은 아이는 스님을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스님은 귀를 기울여 그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었다.

이야기를 풀어 놓다가 나중에는 마음이 풀렸는지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이미 답을 알고 있더군요. 저는 그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 준 것뿐이었는데 말입니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나무 그늘에 잠시 앉아 쉬면 다시 시작할 힘을 얻듯, 스님은 누군가의 나무 그늘이 되어주고 있었다. 스님은 쉼터였다. 모두에 언급한 위로의 이야기는 그 중학생이 책 속에서 한 이야기다.

그 중학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스님이 너무 좋아서 포행 길에 마주 치면 손을 휘휘 흔들며 큰 목소리로 스님을 불렀다. 포행 길에 동행한 일광 스님의 도반 스님이 너무나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의 모습에 놀랐는지 일광 스님에게 누구냐고 물었고, 스님은 남자친구라고 답했다. 그건 상담 후 아이가 먼저 여자 친구가 되어 달라는 다소 당돌하고 귀여운 부탁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스님이 출간한 책의 제목이 되었다.

책 안에는 동진 씨, 서울 택시 기사님, 요양원 철순이 등 우리도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인연들이 등장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기, 윷놀이, 카네이션 등 평범한 사물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스님은 책 머리말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물을 대하면서 건네는 저의 눈빛과 손길을 마음이라는 접시에 담았다고 했다. ‘수행자의 소박한 밥상같은 글이라 소개하는 스님의 머리말에서 삶을 바라보는 마음이 읽힌다. ‘작은 인연이란 단어는 우리가 소소하고 평범하게 만나는 인연을 소홀히 생각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리네 삶을 결정하는 소중한 인연은 바로 작은 인연이다. 작은 인연을 인드라망처럼 여기고 더 없이 소중한 인연으로 바라보는 수행자, 일광 스님의 안목이 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2018년 7월 삶의 쉼터 개관 10주년 기념식 ‘함께 걸어온 10년 ’행복한 삶‘을 꽃피우다’에서 우수 장애인 회원에게 표창패를 수여하고 격려하는 모습.
2018년 7월 삶의 쉼터 개관 10주년 기념식 ‘함께 걸어온 10년 ’행복한 삶‘을 꽃피우다’에서 우수 장애인 회원에게 표창패를 수여하고 격려하는 모습.

거창의 사랑방 삶의 쉼터

일광 스님은 하루 대부분을 삶의 쉼터복지관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삶의 쉼터에는 하루 평균 400여 명이 방문한다. 어르신들과 장애인 그리고 여성들의 복지를 위한 공간이다.

삶의 쉼터는 우선 지역 어르신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담당한다. 탁구, 당구, 노래 연습까지 건강을 위한 체력 단련 활동과 쉼터 실버대학을 열어 서예, 기타 연주 등 음악 활동으로 활력을 더해준다. 한문, 영어, 중국어 등 다국어 강좌도 있다. 다문화 가정이 많은 거창 어르신들이 관심을 가지며 해외에서 온 며느리와 소통을 시도해 가정불화를 해소하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장애인을 위한 활동도 다채롭다. 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 상담과 재활 및 교육도 담당한다. 사회적응을 위한 활동도 지지하고, 말 그대로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빠짐없이 제공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삶의 쉼터는 전국 201개 장애인복지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사회복지시설 장애인복지관 평가에서 종합 A 등급을 받았다. 20086월 복지관 개관 이후, 3년마다 실시하는 전국 장애인복지관 평가에서 2014, 2017년 두 차례 A 등급으로 선정 됐다. 아울러 2015년에는 전국 노인복지관 평가 최우수등급에 선정돼 전문복지 활동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복지관 활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사회 통합이다. 일광 스님은 사회통합을 공동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삶의 쉼터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으며 체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장이 되고 있다.

2008년 거창 삶의 쉼터가 개관하면서 사무국장으로 시작해 2014년부터 관장을 맡고 있는 일광 스님은 사회통합은 함께 산다는 뜻이다바로 공동체를 뜻하며 그것은 가족을 의미 한다. 인식개선의 교육 현장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예로 스님은 점심 공양 시간에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지적 장애인들 경우 겉모습만 보았을 땐 일반인과 구분이 어렵습니다. 여기에서는 어르신들 보다 먼저 장애인들이 점심을 먹습니다. 식당 테이블이 한꺼번에 400여 명을 수용하기엔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은 어떻게 어른이 먼저 식사하기 전에 젊은 사람들이 먹느냐고 언짢아하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모습에 얼굴을 찡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분들이 장애아들의 식사를 도와줍니다. 발작을 하고 식판을 엎는데도 웃으면서 합니다. 모두가 함께 부모가 되어주고 그들은 자식이 되는 것이죠.”

삶의 쉼터는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지역민과 불자들의 나눔 복 밭도 되고 있다. 거창 불자들은 생일이나 49재를 지내면 회향할 때에 복지관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에게 밥을 지어 올린다. 지역 내 기업 및 상가에서도 급식 후원에 빠지지 않는다. 지역 곳곳에는 거창군 삶의 쉼터 후원의 집이란 현판도 보인다.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후원자들의 집이다. ‘108후원의 집이라 불리는 정기 후원자가 현재 402호점(5월 기준)으로 늘어나 든든한 지원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거창 지역 전체가 장애인과 여성 그리고 노인들을 든든하게 후원하는 모습이다. 삶의 쉼터가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건 일광 스님의 굳건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작은 사례에서 공동체의 의식을 보여주는 스님의 신념을 읽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신념을 실천하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언젠가 복지관 직원이 첫 아이 때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귀 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둘째가 생겼다고 스님께 보고했다. 축하한다는 인사말 뒤로 스님은 순간 대체인력 채용, 업무 분장 등 여러 업무 관련 일이 떠올랐고 걱정이 앞섰다. 그 순간 직원은 관장님 이 아이는 저 만의 아이가 아닌 세상의 아이입니다고 말했다. 스님은 그 순간을 일갈(一喝)이었다고 소회했다. 스님은 세상의 아이라는 말에 놓치고 있었던 생명의 존엄성과 공동체적 유대감을 부여받은 듯 감동이 일었다아이는 어머니에게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배려에서 태어난다고 말했다. 스님의 공동체 의식은 복지관을 넘어 지역사회 그리고 일터까지 경계 없이 적용됐고, 그런 스님의 마음이 주변을 변화시켰으며 대중 모두는 지역사회를 서로 배려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 8월 불교문화행사 죽림정사와 함께하는 ‘장애아동과 부모의 특별한 교감 명상캠프’ 진행 모습.
2015년 8월 불교문화행사 죽림정사와 함께하는 ‘장애아동과 부모의 특별한 교감 명상캠프’ 진행 모습.

·재가 더 많이 사회참여해야


"사회복지 생각해 본 적 없어
치매 온 은사 돌보며 복지눈떠
혼자서 할 수 없는 일, 함께 해야
동국대 대학원서 사회복지학 공부

 

사회복지에 눈뜨다

일광 스님은 자신이 복지기관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주지로 살며 여느 스님들과 비슷한 행보를 걸어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반 중에서 누군가 사회복지 방면의 일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전 인욕도 자비도 부족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따뜻함과 친근함이 장점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전 사회복지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일광 스님은 은사인 혜선 스님을 시봉하면서 전환을 맞게 되었다. 은사 스님은 80세를 넘기면서 치매가 왔고, 일광 스님은 10년 가까이 은사 곁을 지켰지만 스스로 부족했었다며 마음 아파했다. 단정하셨던 은사 스님의 변해가는 모습에 당황도 했고,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던 수많은 상황에 좌절감도 맛보았다.

시력이 갑자기 안 좋아지신 건가 싶었습니다. 은사 스님께서는 의자를 보고도 합장하고 벽에 걸린 옷걸이를 보고 부처님이라며 절을 하셨죠. 치매가 오면 기억력도 안 좋아져 방금 공양을 드셨는데도 밥을 안 먹었다고 밥을 달라하셨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분노심이 올라왔다. 일광 스님은 옷걸이에 절을 하는 은사 스님을 향해 화두를 잡으세요!”라고 소리쳤고 정신 챙기세요!”라고 언성도 높여보았다. 혼자서 헤쳐 나갈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홀로 짊어져야 할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고 돌파구는 없어보였다. 그 후 일광 스님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그제 서야 함께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발견했다. 사회복지학을 통해 은사 스님의 치매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 것도 큰 도움이었지만 의료복지체계를 알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혼자서 해결 할 수 없어 힘든 상황을 견디고만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손길에서도 행복을 느끼는데 스님들이 와서 손을 잡아 준다면 그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스님은 더 많은 불자와 스님들이 사회 속으로 나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인터뷰를 마치자 관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장애인들이 직업 훈련을 하고 있는 장소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스님이 직업 훈련실에 들어가자 스님을 향해 장애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씩 인사를 하며 손을 잡고 눈을 마주쳤다. 한 자폐아는 스님의 목소리에 얼굴을 돌리고 저벅저벅 다가왔다. 그는 스스로 옷매무새를 고치지 못해 배와 함께 속옷이 나와 있고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눈은 스님의 미소에 고정되어 있었다. 스님은 손을 잡아주고 옷을 바로 입히며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인터뷰 가운데 스님에게 들은 자폐아가 기억났다. 그는 사회성 없는 자폐아 특징 그대로 스님을 만나면 말 한마디 없이 얼굴만 쳐다보았다. 하지만 정말 스님이 힘들고 지쳐있던 시기에 말문을 열었던 사람이다.

스님 얼굴이 너무 힘들어 보여요. 쉬면서 하세요.”

10년 동안 입을 굳게 다물었던 그가 한 말이었다.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던 스님의 한숨과 답답함을 얼굴 표정만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 학진아! 스님 오늘 너무 힘들었어. 정말 고마워.”

스님은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학진이가 스님을 향해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던졌던 그 순간, 스님은 답답함을 이겨내고 다시 뛰어갈 힘을 얻었다. 그들이 스님의 책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유였다. 좋은 인연이었다. 서로를 위한 삶의 쉼터였다.
 

일광 스님은?1993년 4월 해인사에서 법전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수지 했으며, 1997년 10월 통도사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동국대 선학과 불교학과, 동국대 대학원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며 동방문화대학원 대학원에서 명상심리상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거창 죽림정사 주지이며 거창군 삶의 쉼터 관장 및 거창 시니어 클럽 운영위원, 인사위원을 맡고 있다. 지혜로운 마음명상상담센터장으로 상담 활동을 이어 가고 있으며 조계종사회복지재단시설협의회 감사를 담당하고 있다. 2016년 9월 제17회 사회복지사의 날 표창을 받았으며 보건복지부장관이 수여한 한국지체장애인의 날 화합상 및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표창패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루나찰라를 걷다], [스님의 남자친구]가 있으며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광 스님은?1993년 4월 해인사에서 법전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수지 했으며, 1997년 10월 통도사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동국대 선학과 불교학과, 동국대 대학원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며 동방문화대학원 대학원에서 명상심리상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거창 죽림정사 주지이며 거창군 삶의 쉼터 관장 및 거창 시니어 클럽 운영위원, 인사위원을 맡고 있다. 지혜로운 마음명상상담센터장으로 상담 활동을 이어 가고 있으며 조계종사회복지재단시설협의회 감사를 담당하고 있다. 2016년 9월 제17회 사회복지사의 날 표창을 받았으며 보건복지부장관이 수여한 한국지체장애인의 날 화합상 및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표창패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루나찰라를 걷다>, <스님의 남자친구>가 있으며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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