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가 다소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원행 스님이 선출되면서 원만하게 회향되었다. 이번에 총무원장에 당선된 원행 스님은 행정학 박사로서 다양한 수행이력을 바탕으로 금산사 주지, 중앙종회 의장, 중앙승가대 총장, 나눔의 집 원장 등을 역임해 이론과 실천적 경험을 겸비한 종무행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종도의 한 사람으로서 심심한 축하와 더불어 몇 가지 당부와 소망하는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 선출
향후 종단 운영에 해결과제 ‘산적’

전임 원장 퇴진 원인·과정 분석해
대중·국민들이 인정하는 행정해야
재정투명성 확보·감사 활성화 필요

율장 정신으로 승가 위의 회복 절실
저출가·신도 감소 민첩하게 대응해야
종단 안팎 비판 목소리도 섭수하길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모두 4명의 스님이 출마했으나 3명이 중도에 사퇴함으로서 선거인단의 지지율이 과반수를 넘기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신임 투표적 성격을 띠었다. 사퇴한 후보 스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총무원장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이번 기회에 보완될 필요가 분명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헌종법에 의해 여법하게 진행된 이번 선거결과에 대하여 누구도 쉽게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신임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원행 스님의 향후 종무행정 추진과정에는 여러 가지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중도에 사퇴한 후보 스님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이 스님들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심사숙고해 섭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제시된 공약 중에서 종단 발전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검토해 종책에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신임 총무원장이 해야 할 일은 전임 원장의 퇴진의 전말에 대해 발생원인과 처리과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 불자들을 비롯해 종도·사부대중의 눈높이와 평가 기준이 매우 높아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종무행정을 답습할 경우 매우 큰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종단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종책을 집행하고 종단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재정투명성 확보, 관리감독과 감사 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사부대중이 인정하는 종무행정이 돼야 한다.

신임 총무원장 스님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새로운 종책 과제는 율장 정신을 바탕으로 승가 위의와 지도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종단 청사 밖에서는 여러 가지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고 정기적인 집회와 조직화된 상황에서 종단의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적폐라는 표현은 다소 과한 감이 있으나 종단 내외에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섭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현재 종단은 저출가와 신도 감소로 인한 이중고를 예상하고 있지만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출가 문제는 소수 엘리트 출가주의 종책을 통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많은 스님들이 종단에 유입하는 대중출가제도를 복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소수라도 복덕과 지혜를 구족한 스님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승가교육과 수행체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신도 감소는 조직화된 핵심 신도, 원력을 갖춘 재가보살들을 통해서 포교방법을 모색한다면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소수의 스님들이 조직화된 다수의 재가불교 지도자들과 함께 사찰을 운영하고 포교활동을 전개해야만 종단이 활로를 열어갈 수 있다.

신임 총무원장 스님은 무엇보다 실천가능하고 실질적으로 종단과 사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종책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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