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너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 원욱 스님/반야사 주지
  • 승인 2018.10.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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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능엄경(楞嚴經) 2

아난이 부처님께 삼관법문을 청했지만 부처님은 답변대신 왜 애욕을 버리고 출가를 결심했는지 물으신다.

“아난아, 너와 나는 혈육이며 동기간이다. 그런데 너는 처음 발심할 때 나의 법 가운데서 어떤 원만하고 훌륭한 모습을 보았기에 세간의 깊고 깊은 사랑과 은혜를 버리고 출가했는가?”

그러자 아난은 부처님의 거룩하신 32상을 뵙고 청정하신 모습이 너무 좋아 갑자기 흠모하는 마음이 생겨 출가를 결심했다고 말한다. 부처님은 그런 아난에게 어떻게 무엇으로 흠모하였느냐고 되물으신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렇게 세존을 사랑하고 흠모하게 된 것은 저의 마음과 눈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내어 사랑하고 즐겼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발심하여 생사를 버리기로 발원하였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냉정한 눈빛으로 아난을 보며 말씀하신다.

“네 말대로 진실로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은 너의 분별하는 마음과 견해를 의지해서 일어난다. 하지만 너의 마음과 견해가 있는 처소를 모른다면 모든 번뇌를 항복 받진 못하리라. 이를 비유하면 국왕(여래장)이 도적(근본번뇌, 아난이 일으킨 사랑하고 흠모하는 마음)의 무리가 나라를 휩쓸 때, 군대를 풀어 진압하려면(삼관정진수행) 현재 도적이 어디에 있는지 그 곳을 알아 작전을 실행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네가 생사를 마치지 못하고 항상 육도윤회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너의 분별하는 마음과 분별하는 눈(見=안목)이 그 허물의 근원지다. 그러니 아난아, 너의 마음과 눈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아난은 당황했다.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모범답안이며 부처님은 바로 삼관수행에 대해 법문을 설하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어쩐지 점점 이 망신스런 상황이 깊어져 가는 듯 했다. 어떻게 답을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 많은 대중들 앞에서 더 이상 오답을 말하기도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한다.

“세상에는 10가지 종류의 중생들이 있으며 이들 역시 모두 이렇게 살아갑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마음은 바로 몸 안에 있습니다. 부처님의 청련화 같은 눈이 부처님 얼굴에 있듯이 제가 지금 보아 아는 저의 눈을 관찰해 봐도 제 눈은 제 안에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을 때, 아난이 처한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해서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런 아난의 마음을 다 아시는 부처님은 “네가 머물러 보는 곳은 기원정사다. 이곳에서 보는 강당과 숲은 지금 어느 처소에 있느냐”고 묻고, 다시 “강당에서 무엇을 제일 먼저 보고 있느냐”고 묻는다. 아난이 “부처님을 뵙고, 대중을 보고, 숲을 본다”고 말하자, “그 숲을 어떻게 보는가?” 다시 부처님이 물으니 “창문이 열렸으니 본다”고 답하는 아난을 향해 금색 팔을 뻗어 정수리를 만지시며 말씀하신다. “강당 안에 있는 다른 이들은 강당 안의 여래를 보지 못한 채 강당 밖을 보는 경우가 있는가?” 물으시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아난이 말한다.

“아난아, 마음이 몸 안에 있다면 너의 마음은 일체의 대상경계를 만날 때마다 명료하게 인식해 안다. 그러니 너의 몸 깊은 곳에 있는 심장, 간장, 비장, 위장은 보지 못해도 겉으로 드러난 손발톱, 머리카락이 자라고 근육이 움직이고 맥박이 요동하는 이런 일을 다 알아야 하는데 왜 알지 못하는가. 답해보라”

그러자 아난은 “몸 밖에 있다”고 답하지만 부처님은 이 역시 아난의 견해를 수수께끼 풀어가듯 질문을 던지며 아난 스스로 해답을 찾게 하는 7처증심(七處徵心)의 교수법을 사용한다. “마음이 몸 안에 있다. 마음은 몸 밖에 있다. 마음이 눈에 있다. 마음이 명암을 분별한다. 마음은 인연이 화합하는 곳을 따른다. 마음은 중간에 있다. 마음은 머무는 바가 없다”며 아난이 7가지 장소에 애착하는 마음을 모두 깨뜨려주는 가르침을 준다. 아난이 오온을 마음으로, 또 실제적인 ‘我(아)’로 착각하고 있는 아집을 깨뜨려 주려하지만 아난에게 두려움이 먼저 일어날까봐 걱정하며 그의 정수리를 어루만져 주며 안심시키는 대목은 제자를 향한 부처님의 애틋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도 속히 깨달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허둥거리고 있을 때 허망한 식심(識心)은 마음이 아니라는 7처증심의 가르침은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혀 여래의 성품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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