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무용단 ‘혼잣말하는 여자’
동양예술극장 3관 10.10~21일
혜개 스님의 ‘무문관’에 주목

불교적이고 한국적인 현대무용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온 파사무용단이 10월 10일부터 21일까지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혼잣말하는 여자’를 공연한다. 댄스모노로그 ‘혼잣말하는 여자’는 파사무용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황미숙의 단독 공연이다. 공연은 한 여자의 혼잣말을 큰 소리로 불러내는, 몸으로 하는 독백이다. 곡진한 삶의 흔들림 속에서 터져나오는 혼잣말, 공연은 그것을 ‘나’를 목도하는 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공연은 혜개 스님의 <무문관>, 즉 ‘문 없는 문’에서 비롯됐다. “큰 길에는 문이 없으나 그 길이 천 갈래라, 이 문을 지난다면 홀로 천하를 걸으리라”에 주목했다. 문이라는 것이 사라져야 오롯이 문 밖도 안도 아닌 곳에 ‘참 나’로서 있을 수 있음을 춤으로 이야기 한다.

파사무용단의 예술감독 황미숙 무용가의 ‘혼잣말하는 여자’ 리허설 모습.

 

막이 오르고 주인공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 통의 부고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 후에 찾아드는 무위함에 허덕이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일상은 균열을 일으킨다.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균형을 잃고 그녀 안의 공허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소리를 지르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고, 방문을 두드리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출구는 없고 작은 방 안에 적나라한 ‘나’만 남는다. 그리고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나, 자신의 삶을 돌아다본다.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 사람, 그들이 벗어놓고 간 허물들 속에서 널뛰는 회한, 기쁨, 아픔, 따뜻했던 순간들이 무대 위에 그려진다. 그러나 허물은 허물일 뿐. 결국 무대 위에는 여자 홀로 남는다. 쌓여있는 옷들을 정리하며 다시 작은 방에 머무는 여자. 여자는 죽은 이를 기리듯 방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본다.

‘혼잣말하는 여자’는 문 밖에서 들어와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고 손에 닿지 않는, 열 수 없는, 손잡이가 없는 문 밖에서 서성이다 결국 문 안의 나와 대면하게 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이번 공연에서 ‘혼잣말’은 자신과의 대면이다. 그리고 그 대면을 위한 개인적인 공간으로 방이라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이라는 테제를 갖게 됐다. 이번 공연의 주요한 무대적 이미지이기도 한 ‘문’은 결국 한 여자를 감싸고 있는 삶의 순간순간, 그리고 그 기억 저편에서 한 여자를 옥죄고 있는 ‘업’을 상징하면서 여자를 가두기도 하고, 숨기기도 한다. 그리고 문을 열어 자신과 대면하도록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도 한다. ‘혼잣말하는 여자’를 준비함에 있어 주인공은 자신의 삶과 그 삶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던 문들과 그 문턱에서 아직도 서성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한 여자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의 삶 속에서 한 번쯤은 경험한 것들, 오로지 혼자만의 방 안에서 행한 것들, 가슴안의 이야기들을 춤과 대사, 현대무용의 즉흥성과 다양한 표현들로 펼친다.

파사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안무가이자 춤꾼인 현대무용가 황미숙은 2005년 서울무용제 대상, 2006년 올해의 예술가상과 안무상, 2008년 이사도라 예술상, 2017년 제5회 김화숙무용교육자연구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표작으로는 ‘버려야 할 것들’, ‘붓다, 일곱걸음의 꽃’, ‘파사, 소맷깃을 날리다’, ‘노랑 달팽이’, ‘목련 아홉 번째 계단으로’, ‘숭어의 하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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