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수렴·갈등 봉합에 역량 집중

종무 인수기간 없이 임기 시작
각종 선거공약 실천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 먼저 세워야
대중공의로 지혜 모을지 관심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원행 스님이 당선 직후 조계종 대웅전 부처님께 꽃을 올리며 고불하고 있다. 사진= 박재완 기자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에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이 당선됐다. 다만 이번 선거는 전임자의 궐위에 따른 총무원장선거로 치러져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는 그 즉시 임기가 시작된다. 기존 당선인들이 2주 정도의 종무 인수기간을 가진 반면 원행 스님은 바로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따라서 원행 스님은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여느 총무원장보다 바삐 움직여야 한다는 게 종단 안팎의 중론이다.


수개월 이어진 갈등 봉합
조계종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친자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채 장기화되면서 수개월간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설조 스님 단식, 전국선원수좌회가 동참한 승려 결의대회 등이 이어지며 사실상 세력다툼이 번졌다.

원행 스님은 이 같은 현재의 종단 상황을 의식한 듯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한 대중공의를 제1 종책으로 제시했다. 스님은 앞서 후보 기자회견서 사부대중 공의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소수의 지적과 제안도 크게 듣겠다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소외받는 종도가 없도록 살피면서 갈등을 종단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구체적이진 않지만 종단 및 사회 각 분야별 대중공의 체계 마련을 종책 실천과제로 제시한 원행 스님이 흩어진 종도들의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교구중심제 실효성 검토
이번 선거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교구중심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행 스님 역시 교구행정 책임제 도입 교구 특별분담사찰 지정 말사주지 인사권 이양 등 교구중심제 안착을 강조했다. 하지만 종책토론회서는 교구본사의 행정인력 부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원행 스님은 본사 순환근무제도등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순환근무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현재의 종무원 급여체계에 추가적인 임금인상이 필요하지만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본사는 드물다.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총무원 예산에서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순환근무 시 파견된 중앙종무원과 본사종무원의 임금 격차에 따른 마찰, 파견을 위해 중앙종무기관의 종무원조합·노조 등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비구니 위상강화 기대
원행 스님은 비구에 비해 종헌종법상 자격 제한이 많고, 종단 요직에 진출이 어려운 비구니들을 위한 위상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임의단체인 전국비구니회의 종법기구화 및 비구니특별교구 설립을 실천과제로 세웠다. 이는 오랫동안 종단 중앙행정에서 배제돼온 비구니들의 역할 부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구니특별교구 설립의 경우 또 다른 교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교구가 되기 위해선 교구 소속 말사가 필요하지만 이미 비구니사찰들은 24개 교구에 각각 속해 있어, 이를 비구니교구로 이양하는 데는 본사 협조가 불가피하다. 또한 특별교구라는 명칭을 붙여 24개 교구와 교집합으로 운용한다고 해도 행정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구니특별교구의 필요성과 역할, 법적지위 등이 명확하게 정리돼야만 종단차원의 논의가 가능한 사안이다.

승려복지, 예산 확보 관건
원행 스님은 후보 기자회견에서 최우선 추진 종책으로 스님들에 대한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전액 지원을 꼽았다. 현재 내년 예정된 승려복지회 지원금액은 국민연금 36000원과 의료보험 2만원. 이를 약 1500명에게 지원하지만 원행 스님은 단계적으로 확대해 12천여 승려에게 전액을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원행 스님은 이 경우 1년간 67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예산 확보 방법에 대해서는 승보공양 운동 확대와 본사 지원 등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승려복지는 예산 확보가 성공열쇠인 만큼 실현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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