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10월 5일 출소자 합동전통혼례

남편과 사별 후 홀로 공사판에서 음식을 만들며 힘겹게 살아온 전희경 씨(가명·50). 그녀와 현재 그녀의 남편 양영석 씨(가명·51)의 이야기는 한편의 소설 같다.

양영석 씨는 사회부적응자였다. 힘들었던 젊은 시절 술로 달래다 보니 주사가 심해졌고, 결국 1992년 폭력 등으로 실형을 살았다. 몇 차례 수감생활이 반복되며 더 이상 오갈 곳 없던 그에게 2017년 겨울은 또 다른 기회였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생활하며 금주와 함께 성실함을 찾은 그의 앞에 전 씨가 나타난 것이다. 성실한 그에게 마음을 연 그녀는 10월 5일 봉은사에서 진행하는 전통혼례 식으로 시작을 알린다. 과거를 뒤로 서로의 인간미에 끌린 이들은 부부로서 새출발을 부처님께 고한다.

양 씨는 “새 삶으로 출발하게 해준 공단과 봉은사,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한순간의 실수로 운명이 바뀐 저에게 새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제 나눔을 실천하며 주변도 돌아볼 수 있는 이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범률은 22%에 달하지만 취업지원, 주거지원 등 작은 관심으로 수혜를 받은 이들의 재범률은 1.5%에 불과하다. 범법의 과거에서 벗어나 따뜻한 관심이 이들에게 미칠 때 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오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가 출소자들을 대상으로 따뜻한 자비의 결혼식을 열어 눈길을 끈다. 부처님 품에서 불자대중이 축복하는 가운데 가정을 일궈 사회의 일원으로 새 출발하는 자리다.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는 10월 5일 오후 2시 미륵대불 광장에서 ‘제33회 법무보호대상자 합동전통혼례’를 개최한다. 이번 법무보호대상자 합동전통혼례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시가 후원하고 한국법무보호공단 서울지부와 공동주최로 진행된다.

이날 합동전통혼례에서는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8쌍이 부부의 연을 맺는다. 혼례서는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신용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이사장과 봉은사 사부대중 및 보호위원, 법사랑위원, 자원봉사자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합동혼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에게 전통혼례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되찾고, 전통의 얼을 되새김으로써 건전한 사회인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됐다.

참가자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앞서 주폭으로 형을 살았던 양영석 씨(가명)와 함께 살인으로 18년간 형을 살고 나와 이를 이해해준 현재 아내와 세 자녀를 키우는 김지훈 씨(가명), 빚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6개월 형을 살고 나온 임정혜 씨와 이를 지켜 준 그녀의 남편 등이 참여한다.

이들을 위해 결혼식도 봉사참여 활동이 제한적인 현대식 예식과는 달리 가마꾼, 수모, 기럭아범, 초롱동이 등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힘을 더한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전통 혼례를 통해 구금으로 인한 한 때의 가정해체 문제를 해결하고 부처님 앞에서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자리”라며 “전통혼례와 함께 출소자들이 불교의 자비정신과 전통문화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치 있는 행사에 봉은사가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 도움을 받는 사람도, 나눔을 제공하는 사람도 모두 함께 행복을 느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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