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에 원행 스님 당선
“우리 종단은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새로운 불교의 모습을 제시해야 합니다.”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前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의 소감이다. 원행 스님은 9월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열린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235표를 얻어 총무원장으로 당선됐다. 투표에는 선거인단 318명 중 315명이 참여했으며, 무효표는 80표로 집계됐다.
총무원장 궐위 따른 선거로
당선증 교부 후 임기 돌입해
원로회의 인준 10월 2일 예정
쟁점 없어 부결 가능성 낮아
원행 스님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세영 스님의 당선 발표에 이어 당선증을 교부받고 공식적인 임기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총무원장 궐위에 따른 것으로 기존과 달리 당선 즉시 임기가 시작된다. 원로회의 인준은 10월 2일 예정돼 있지만 원행 스님이 현재 공식적인 임기에 돌입한 데다 前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같은 쟁점사항이 없어 인준 부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원행 스님은 당선 이후 조계사 대웅전서 부처님전에 고불을 올리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당선 소감을 밝혔다.
원행 스님은 현재 조계종이 위기상황임을 강조하면서 사부대중의 공의에 따라 종단운영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스님은 “소납은 제36대 총무원장으로 여러분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당선의 기쁨보다는 종단과 불교계의 엄중한 현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종단 과제 해결을 위해 승가복지와 종단화합, 사회적 책임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원행 스님은 이어 “탈종교화 현상으로 출가자 및 불자 수는 감소하고, 종단 안팎으로 많은 견해대립과 갈등이 존재한다. 불교의 사회적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면서 “사부대중 공의를 적극 수렴해 직무를 해나가겠다. 오로지 사부대중만을 믿고, 사부대중과 함께 안정과 화합, 위상제고를 위한 원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원행 스님은 선거제도 변화와 공의 수렴에 무게를 실었다.
원행 스님은 선거 후유증 해소방안과 선거제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공의를 모아 다수가 바라는 선거제도를 따르는 데 힘쓰겠다”며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기에 그들이 공론의 장에 나와 함께 토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원행 스님은 또 불교개혁의 필요성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는 “정화불사를 이끈 큰스님들 중 한 분께서 ‘조선조 500년과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불교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1세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대처문제를 청산하고, 청정비구승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후유증도 컸다”면서 “지금도 일부 문제제기가 있으나 기우에 불과하다. 한국불교의 고유한 문화를 회복해 염려 끼치지 않도록 주춧돌을 올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거에서 원행 스님이 획득한 235표를 두고 예상보다 적다는 견해도 나온다. 선거를 이틀 남긴 상황에서 경쟁후보였던 혜총·정우·일면 스님이 동반 사퇴하면서 사실상 원행 스님의 당선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찬반투표에 가까운 상황에서 무효표가 80표에 달하는 것은 원행 스님을 지지하지 않는 교구본사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 원행 스님 측 인사 중 한 스님은 개표결과가 발표된 후 “아슬아슬했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투표가 진행되던 현장에서는 250표 이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따라 신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무효표를 던진 교구본사들과 향후 어떤 교감을 통해 종단 화합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