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합동기자회견… “불합리 선거 바로잡고자 사퇴 결의”

혜총·정우·일면 스님은 9월 26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 중 혜총(기호1번)·정우(기호3번)·일면(기호4번) 스님 3명이 동반 사퇴했다. 일부 기득권이 주도하는 불합리한 선거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혜총·정우·일면 스님은 9월 26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현재 상태로 원장 선거 진행되면
종단은 특정 세력 사유물로 전락”
선거문화 개선·적폐 청산 염원도

현 선거로는 인재 발탁 어려워
혜총 스님 “직선제 전환 필요”
“악법도 법”…보이콧·불복 아냐
회견 이후 사퇴서에 서명하기도

혜총 스님이 대표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3명의 후보 스님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스님들은 “선거운동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변화를 염원하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했다”고 그간 선거운동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말했다.

이어 “만약 제36대 총무원장 선거가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종단 파행은 물론이거니와 종단은 특정세력의 사유물이 되어 불일(佛日)은 빛을 잃고 법륜(法輪)은 멈추게 될 것”이라며 “저희들은 이처럼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바로잡고자 이번 제36대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또한 이들 스님들은 자신들의 사퇴가 종단 선거제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발원했다. 스님들은 “후보들이 사퇴하는 깊은 뜻을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면서 “이를 계기로 선거문화가 개선되고, 일부 기득권 세력들의 적폐가 청산돼, 여법한 종단으로 거듭나기를 사부대중과 함께 간절히 염원한다”고 말했다.

3명의 후보 스님들이 서퇴서 서명하고 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후보 스님들은 특정 기득권 세력이 어디인지를 뚜렷이 밝히지 않았으나 현재 선거가 기존에 약속한 종책선거 기조와는 멀어졌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정우 스님은 “4명의 후보가 공히 약속한 것은 금권선거와 비방을 안하고 종책 선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중앙종회와 본사주지협의회가 주최한 종책토론회도 나갔다”면서 “하지만 중립적으로 치러질 선거가 아니라 특정 세력의 개입을 목도했고, 현재 풍토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번이 3번째 출마임을 밝힌 혜총 스님도 “난 처음에는 몰라서 나왔고, 두 번째에는 바로 잡고자, 세 번째에는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봐서 출마했다”면서 “교구선거인단을 위원장이 위임받아 구성하는 현재 과정은 특정 세력의 입김을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이 직선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후보들은 선거 보이콧이나 불복은 아님은 분명히 했다. 정우 스님은 “악법도 법”이라며 “이미 318명의 선거인단은 구성됐고, 이를 통해 원장은 선출될 것이다. 이는 선거인단 스님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3명의 후보 스님들은 조계사 대웅전을 찾아 후보 사퇴를 부처님에게 고했다.

기자회견 직후 혜총 스님도 “우리는 후보를 사퇴했고, 이제 2번 후보만 남았다”며 “이제 종단이 잘되기를 지켜볼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들 스님들은 기자회견 말미, 합동으로 후보 사퇴서에 서약을 했으며 회견 직전에는 조계사 대웅전을 찾아 후보 사퇴를 부처님에게 고하기도 했다.

한편, 3명 후보 스님들의 사퇴서는 공식 업무가 시작되는 9월 27일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