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에너지 낭비로 인한 문제

 

기후재앙, 가장 무더웠던 올 해 여름

가을이다. 힘들었던 무더위가 누그러지고 공기가 서늘해지니 이제 살맛이 난다. 하늘도 푸르고 야외활동을 두렵게 했던 미세먼지도 줄어들면서 청명한 초가을을 느끼고 있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올 해만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힘든 여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걱정이다. 또한 이러한 무더위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피해사례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이제 우리도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재앙이라고 불리우는 문제와 본격적으로 직면하게 된 이번 여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기후변화가 기후 재앙되는 시대
에너지 사용의 연기적 작용 고찰
절약 목표 세우고 점검·개선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언론은 폭염의 원인이 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한다는 여론이 부각되거나 이를 위한 정책방향과 시민의식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엉뚱하게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정부는 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침을 내 놓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민들의 전기요금 부담도 당연히 정부가 걱정하고 덜어줄 필요가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기후 변화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돌이켜보면 혹한으로 여기저기 수도관이 얼고 보일러가 터져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겨울이 생각난다. 전남 곡성의 우리 집에 벚꽃이 만발하고 사과꽃이 아름답게 피었던 지난 4월, 갑작스런 눈이 내리는 바람에 사과꽃이 얼어버려 올 가을 우리집 사과 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시기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호두꽃도 냉해를 입어 올 가을 호두도 추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막 싹이 올라 왔던 감자도 냉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잘 이겨내 주었고, 산에는 고개를 들고 올라오던 고사리가 얼어버려 안타까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상승하는 기후대, 변화하는 작물재배와 어종

그동안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대표적인 사례는 사과 농사의 주 생산지가 대구에서 영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재배가 어려웠던 아열대 작물인 망고, 용과, 구아바, 아보카도, 여주 등이 재배되고, 전남 보성에서 유명한 녹차 역시 재배지가 북상하여 강원도 고성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연안에서 잡히는 물고기 어종의 변화도 확연하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와 도루묵의 어획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난대성 어류인 오징어는 동해, 남해, 서해를 가리지 않고 잡히고 남해 어종인 멸치도 동 서해를 가리지 않고 잡히고 있으며 제주도 인근에서만 잡히던 옥돔이 독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제주도 인근 바다에서는 아열대성 어류인 청줄돔, 쥐돔, 가시복, 참다랑어가 출현하고 있다. 봄꽃의 개화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것도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기후변화의 결과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이런 정도를 넘어서 기후 재앙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 가량 상승한 상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2℃ 상승할 경우 △10억~20억명 물 부족 △생물종 중 20~30% 멸종 △1000~3000만 명 기근 위협 △3000만 명의 홍수 위험 노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심장마비 사망 △그린란드 빙하, 안데스 산맥 만년설 소멸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18일까지 4,36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7월 이후 45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기후변화는 남의 나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기후변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이러한 기후변화의 원인은 알다시피 과다한 화석연료의 사용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동시에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 전환과 감축만이 해결책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처음 논의를 시작하였고,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1차 당사국총회 그리고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200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하기로 함에 따라 2005년 2월 16일에 공식 발효된, 지구온난화의 규제와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해 방안으로, 정식명칭은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규약의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to 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를 채택하였다. 이후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로운 기후변화체제로 2015년 12월 12일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세계 195개 참가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파리협정문에는 “2℃ 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목표가 명시됐다. 이를 위해 각 나라에서는 자발적 온실가스 배출감축 공헌량(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약칭 INDC)을 정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정책을 펴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감축목표량을 모두 달성한다고 해도 2℃보다 낮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성찰과 에너지 다이어트

우리나라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세계 1위라는 사실은 전 지구인들이 겪는 기후변화의 고통을 우리가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깊은 책임과 반성이 필요하다. 더불어 올 여름의 더위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실천해야할 일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금 나의 생활양식이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해야 한다.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내가 사용하는 가전제품, 쇼핑, 식사, 교통 등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알고 그것이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직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당장 에너지 절약을 위해 주택에서의 에너지 효율, 전기사용, 냉난방, 식사, 쇼핑, 교통 등 각 분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절약 목표를 세우고 그 결과를 점검하고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유지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행동이 요구된다.

우리 집에서 전등, 창문, 냉난방기, 가전제품 등은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요소는 없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줄이는 습관을 기른다. 또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우리의 식생활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항공부문 배출량의 4배, 도로교통부문에서의 배출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축산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의 51%에 달한다. 그러므로 육류위주 식습관을 채식위주로 바꾸는 것도 기후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지구 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정부나 지자체에 대중교통이 더 잘 이용되도록 교통정책을 펼 것을 요구하고 그런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이다. 불교환경연대는 이러한 각 분야에서 에너를 어떻게 절약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한 〈에너지 다이어트〉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사실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나 방법에 대해 모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얼마나 꾸준히 목적의식적으로 실천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 전략을 쓰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에너지 다이어트도 여럿이 공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에코마일리지에 참여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불교환경연대와 같은 환경단체에서 실시하는 에너지절약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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