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힘/정운 스님/담앤북스 펴냄/1만 6천원

헤르만 헤세 역시 불교에 심취한 작가였다. 그는 〈맛지마니까야(중아함경)〉를 읽고 소설 〈싯다르타〉와 〈데미안〉을 썼다. 〈데미안〉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유명한 구절은 이 경전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안젤리나 졸리의 몸에도 경전 구절이 한자 그대로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영화 〈인랑〉의 원작자, 오시이 마모루 감독 역시 불교적인 색채를 자신의 애니메이션에 넣기로 유명하다. 〈공각기동대2: 이노센스〉에는 주인공 쿠사나기의 입을 통해 〈숫타니파타〉의 구절을 변용한 대사가 등장한다.


부드러운 표현 속 숨긴 검같은 사유의 묘미
이처럼 경전은 품격과 우화, 비유적인 매력을 고루 갖춘다. 〈경전의 힘- 지금 나에게 답을 주는 고전 중의 고전〉에는 붓다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아함부 경전부터 화엄경, 금강경, 유마경, 오묘한 깨달음이 담긴 근현대 선사어록까지, 불교의 명언을 한 권에 볼 수 있다. 신문 사설 등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인용구의 출처가 불교 경전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고픈 진리
“삶이 나를 가로막을 때 그 말이 힘을 주었다” 2,600여 년을 내려온 불가(佛家)의 경전. 경전은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때로는 죽비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진리를 일깨운다. 책에서 소개한 명구절, 명문장만 읽어도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관점이 보다 넓어질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친구 #평온 #고독 #성취 #소유 등 키워드별로 목차가 나뉘어 있어 쉽게 관련 명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랫사람에게 조언이나 쓴 소리를 해야 할 때 보다 현명한 태도로 말하고 싶다면 〈3장 감로와 독약이 혀 안에 있다〉 중 #_조언, 충고_, 애착 때문에 괴롭다면, 〈4장 집착을 내려놓다〉의 #사랑 #애증 #질투_를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키워드를 큰 범주로 분류했기에, 경전 고유의 의미와 독자의 개인적 해석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감정별로 경전의 처방을 찾을 수 있다. 작은 양장본이기에, 소중한 사람에게 좋은 선물도 될 수 있다.

‘한 권으로 읽는 경전’을 통해 경전에 흥미를 느꼈다면 금강경, 화엄경, 유마경, 입보리행론 등 세부경전을 읽을 준비도 마친 셈이다. 이처럼 경전을 제대로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경전의 힘〉은 좋은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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