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불교/성법 지음/민족사 펴냄/1만 5천원

평소 ‘한국불교의 병폐와 잘못된 행태’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한 성법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작금의 한국불교의 혼란은 승가의 문제인 인재(人災)이지 불법의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승가의 폐단이 드러남으로써 새로운 대승불교운동이 일어날 징조가 보입니다. 〈화엄경 십지품〉 같은 인류 최고의 가르침이 연구되고 더욱 발전되어, 인류가 안고 있는 많은 갈등과 모순들을 해결하는 진리의 창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래도 불교입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열어 준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편집됐는데, 1부는 성법 스님이 그동안 불자들에게 강의해 온 ‘진리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불교 교리’ ‘수행’ ‘현실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 등을 정리한 것이고, 2부는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새로 쓴 화엄경 십지품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수행 및 현실 문제 해법 정리
〈화엄경 십지품〉 해설도 덧붙여


성법 스님은 적폐 청산, 불교 개혁이 화두인 현 상황에서 화두 타파 후, 한국불교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아울러 한국불교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경전에 의거한 제대로 된 불교 공부를 통해 비불교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나눔과 봉사 등 선행의 실천을 통해 진짜 대승불교답게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것, 한국불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근 언론매체의 가십거리로 등장하는 조계종 적폐의 원인을 대체로 몇몇 권승들의 권력 남용과 불투명한 재정이라고 한다. 성법 스님은 이 책의 머리말서 “재력을 몇몇 승려가 개인 소득처럼 유용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승가 모두의 수치”라고 하면서 경제와 정보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오늘날이야말로 사찰에서 경제와 정보의 재분배를 통해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서 실천하는 지역복지와 고령화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의 주역으로 탈바꿈하는 절호의 기회요, 사찰은 이러한 보살행의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파불교가 사변(思辨)에 치중했다면 대승불교는 보살로서의 적극적인 이타행의 수행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중략) ‘온 법계에 합일하는 큰 사상, 일체 중생 구제의 보편화’ 등 세계 종교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불교로 거듭난 것이 바로 대승불교입니다. (중략) 〈화엄경 십지품〉의 10바라밀은 그 전제가 ‘나와 중생은 하나’라는 것과 ‘수행의 목적은 오직 중생 구제’라는 대승불교의 숭고한 목적지를 명확히 한 것이 특징입니다. 간명한 〈십지품〉만을 근거로 평가해도 현재 한국불교의 승가와 재가의 행태는 명백히 비불교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법 스님은 이 책, 특히 2부를 새로 쓰게 된 동기를 현재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대승불교 본연의 모습을 망각한 한국불교의 현실을 반성하고, 대승불교를 되살려내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부파불교의 폐단을 반성하고 대승불교가 흥기할 당시 도약과 혁명과 같은 긍정적 변화의 중심에 바로 ‘〈화엄경 십지품〉’이 있었고, 조계종 개혁 이후에 새롭게 담아야 할 불교 역시 대승불교, 보살행의 실천이기에, 이 책의 2부를 화엄경 십지품을 10바라밀행과 접목해 해설했다.

성법 스님이 화엄경 십지품에 주목하는 것은 불교 수행과 믿음의 요체를 상세히 설하는데다 수행의 열 단계인 10지가 10바라밀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6바라밀까지는 자리 수행 덕목이고, 나머지 4바라밀이 이타 수행의 완성의 길인데, 6바라밀만 강조하고 이타행을 등한시한 것이 한국불교의 가장 큰 문제요, 불교의 대중화에 실패한 원인이라고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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