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택(揀擇)이란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싫은 것은 피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좋고 싫은 것이 한 생각일 뿐, 그 생각이 없으면 자연히 따라서 모두 없어지는 것이다.


중국 수대(隨代) 선승인 삼조(三祖) 승찬 대사는 젊은 시절 풍질 문등병에 걸려 천형(天刑)으로 믿었으며, 그 죄를 참회키 위해 이조(二祖) 혜가(慧可)를 찾아갔다.

“제자의 몸이 풍질에 걸렸습니다. 청하건데 저의 죄를 참회시켜 주십시오”

대사가 말했다. “죄를 찾아온다면 자네를 참회시켜 주겠네”

승찬이 묵묵히 있다가, “죄를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대사왈 “내가 그대의 죄를 참회시켜 마쳤다. 마땅히 불법승 삼보에 의지해 살아야 하느니라”하시고, “그대는 나의 보배이니, 이름을 승찬(僧璨)(승가의 옥구슬)이라 하리라”고 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깨달음의 본체인 정법안장(政法眼藏)과 달마대사께서 믿음의 표시로 주신 가사를 주노라 하시며 ‘본래연유지(本來緣有地) 인지종화생(因地種華生) 본래무유종(本來無有種) 화역부증생(華亦不曾生)’이라 했다. 이를 풀이하면 “본래 땅이 있음을 인연(因緣)하여 땅으로부터 씨앗이 꽃을 피우나 본래 씨앗이 있지 않았다면 꽃도 또한 일찍이 피지 않았으리”고 하시며 법을 전했다.

우리의 자성번뇌도 번뇌의 뿌리가 있는 것이 아니고, 중생의 마음이 미(迷)해서 뿌리없이 잠시 일었다가 살아나는 조작(造作)인 것이며, 생사 또한 인연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뜬 구름같은 것이라 진여실상(眞如實相)에는 없는 것이다.

낭야각 선사에게 어느날 재상이 편지로 “신심명은 불교의 근본 골자로서 지극한 보배입니다. 이 글에 대해 자세한 주해(註解)를 내려 주십시오”하고 부탁하니, 답하길 “지도무난(至道無難) 유념간택(唯嫌揀擇)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이라 했다. 즉 “도(道)에 이르는 길은 어럽지 않으니, 오직 간택하는 마음을 내지마라, 미워하고 사랑하는 분별심만 내지 않으면 모든 것이 막힘 없이 뚫려 훤하게 되리라”는 첫 구절만 크게 쓰시고, 나머지 뒷 구절은 모두 조그맣게 써서 주해를 붙여 주었다.

이것이 신신명에 대한 천고(千古)의 명 주해(註解)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실이 되었다. 간택(揀擇)이란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싫은 것은 피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좋고 싫은 것이 한 생각일 뿐, 생각이 없으면 자연히 따라서 없어지는 것이다. 한 생각 망상, 시시분별의 주인공인 아(我)라는 실체없는 에고의 소멸이 지도(至道)이며, 이때 그것이 사라진 자리에 본래 면목이 드러나 반야지혜의 무분별지(無分別智)가 유념간택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즉 증애심(憎愛心)이다. 이것만 완전히 버리면 무상대도를 성취하지 않을 수 없다. “호리유차(毫釐有差)면 천지현격(天地懸隔)이며, 욕득현전(欲得現前)이면 막존순역(莫存順逆)”이라고 했다. 즉 털 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로 벌어지나니,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따름과 거슬림서 벗어나라. ‘따름’과 ‘거슬림’을 버리라는 것은 상대법으로, 따른다 함은 좋아한다는 것이고, 거슬린다 함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즉 한 생각이 주객전도 되어 주인노릇 하는 것을 멈추게 하라는 것이다. 나의 간택함과 전혀 상관없이 인생이 진행됨을 알게 된다면, 간택을 뒤로 하고 모두가 지극한 도(道)에 들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리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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