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참부자의 의미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개설한 무료급식소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자 종종 잡지사나 방송사 등에서 취재오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는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었기 때문에 기자들은 우리 복지법인도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는 줄 알고 질문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마음 닦는 무료 급식’을 하는 것이지, 봉사단체로서의 무료 급식소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체로서 외부 지원을 받아 자선 사업하는 것이 어째서 나쁘다는 말입니까?”

“단체로서 외부지원을 받아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에게 금강경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서는, 단체를 운영하려면 회비가 있어야 하고 회칙이 있어야 하는데, 회비를 내라하고 회칙을 지키라 하는 단체의 정신은 ‘마음 닦는 정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하셨습니다. 우리는 마음 닦는 무료 급식이기에 다른 자선사업 단체에서 행하는 자선 급식과는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누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요 물론 정부의 보조를 받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닦으려는 마음으로 스스로 돈을 내며, 무보수로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자금이 부족하였고, 그 때마다 ‘무료 급식 잘해서 부처님 기쁘게 해드리기를 발원 하자’고 원(願)을 세웠는데, 그때마다 발원이 통하였는지 여기저기서 물질적 후원자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봉사원이 부족할 때에도 봉사원을 구하러 다니기보다는, ‘많은 봉사원들이 즐겁게 이 무료 급식 봉사에 참여하여 부처님 시봉 잘하기를 발원한다’고 원을 세웠으며, 이렇게 원을 세우면 봉사자들이 꾸준히 보충되고는 하였습니다.

봉사원 중에는 불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가톨릭 신자, 개신교 신자들도 있습니다. 금강경의 말씀처럼, 〈금강경〉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가 다 마땅히 공경한다는 말씀이 실감났습니다.

이러한 10년 이상의 무료 급식 수행으로, 나는 인색하고 성 잘내는 마음을 해탈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소득은 큰 부자마음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선물을 받는 기쁨보다 조금이라도 베푸는 기쁨이 더욱 큰 것임을 알게 되었으며, 주는 것이 손해요 받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이 잘못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듯 내 마음속의 거지 마음과 궁한 마음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나는 만년 월급쟁이의 가난한 용심(用心)에서 벗어나 부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당신은 가진 것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어찌 부자라고 하느냐?” “그대는 부자의 표준을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느냐? 돈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단 한 푼도 베풀지 않는다면 부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비록 물질적 재산은 적지만, 정신적 물질적으로 베푼 양을 따져 본다면 큰 부자 반열에 올라도 전혀 손색이 없다.” 나는 비로소 선지식의 가르침을 실현하여 먹고사는 문제를 다 해결하였고, 오히려 항상 어떻게 더 줄까를 생각하는 큰 부자가 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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