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이후 현재의 총무원장 선거제도가 마련된 이래 최초로 중앙선관위원회 주최 후보자 종책토론회가 열렸다. 2003년 제31대 총무원장선거 당시 종책토론회가 열린 사례는 있으나 이는 불교기자협회와 중앙신도회 등이 주최해 종단차원의 토론회는 아니었다. 따라서 종단이 주체적으로 종책토론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많은 대중이 앞으로의 선거문화 변화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제35대 총무원장선거에서 종책토론회 개최에 후보자들이 합의하며 한 차례 기대감을 높인 바 있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되면서 이번 선거에서 토론회에 대한 대중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컸다.

물론 이번 토론회가 대중이 만족할 만큼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후보자들에게 사전에 전달된 공통질문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구체적인 종책 실현 방안을 듣기 어려웠고, 후보자간 토론도 이뤄지지 못했다. 분명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대중은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계종 선거제도는 오랫동안 금권선거·흑색선전·매관매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진행돼왔다. 수행과 청빈, 화합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불교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현임에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남과 북 정상이 만나 평화를 말하고, 이룰 수 없을 것만 같던 종전에 가까워지는 시대다. 불교계도 시대변화를 읽고, 선거문화의 구태를 혁신하는 모습으로 대중에 다가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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