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계회복을 위한 명상을 문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상처 제공자가 가까운 사람이라 속으로 끙끙 앓다가 견디기 힘들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명상은 기본적으로 자신도 바로 보고 관계도 바로 보게 한다.

관계를 바로 보게 하는 붓다의 가르침은 〈육방예경(六方禮經)〉에 잘 나타나 있다. 인간관계를 발달주기에 배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이 경전을 통해 살펴보면 독특하게 부모 영향기, 선생 영향기, 배우자 영향기, 친구 영향기로 나누고 있다. 해가 떠서 지는 것과 사계절의 변화를 은유한 동·남·서·북의 네 방위를 활용하여 1차적으로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2차적으로는 ‘나’라는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 대상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성장을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의 발달시기와 그 기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요한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육방예경〉 관계 회복 가르침
부모·선생·배우자·친구 구분해
주요 타자와의 관계 성장 설명

발달 주기 ‘주요 타자’ 살피면
현재 나의 위치를 알 수 있어

풀지 못한 응어리 명상통해 해소
관계 인연들 행복 기원하기를


나의 보호 요인이자 때로는 위험 요인이기도 한 발달 주기별 ‘주요한 타자’들을 살펴보면 현재의 나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면 지금까지 인연 맺은 ‘주요한 타자들’과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되고 만약 그 중 누군가와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다면 관계 회복 명상을 통해 해소하면 된다.

만약 어머니와 풀지 못한 것이 있다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어머니, 부디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 아픔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하세요”라고 해보자. 그 당시의 어머니의 영상을 떠올려 펼친 손바닥 위에 놓고 그저 담담히 바라보면서 이렇게 속삭이다 보면 켜켜이 쌓였던 불편한 감정들이 마른 풀 불에 사라지듯, 용광로에 눈 녹듯 자취를 감추게 된다.

〈자애경〉을 보면 모든 존재는 근본적으로는 ‘어디서든지 누구든지’, ‘분노 때문이든 증오 때문이든’ 서로에게 고통을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인간 존재에 대한 강한 확신이 관계 회복 명상의 기반이다.

육방에서 동서남북 사방을 뺀 나머지 상하 방위는 선지식과 아랫사람과의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맥락으로 보면 위쪽 방위는 발달을 통해 자기 본성을 회복한 사람을 만나 자신도 그와 같이 본래 자기를 회복함을 상징하는 것이고 아래 방위는 그 회복의 경험을 공동체의 사람들과 나누면서 깨침을 사회화하는 건강한 전승을 의미한다.
 

선업 스님(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

관계 회복 명상 과정 중에 명상을 통해 관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참가자들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내가 만약 부처님이라면 무엇이 조금 다를까”라는 ‘미라클 질문’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점검해 볼 수 있다. ‘붓다로 살자’로 시작한 관계명상인데 그 취지에 맞게 수행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는 것이다. 질문에 보태어 붓다의 행동, 언어 그리고 생각을 써보게 하면 세상의 거의 모든 청정함을 표현하고 대부분 자신의 본성을 자각한다. 이어서 공동체를 위한 자신의 역할과 그에 맞는 명상법을 질문하면 기발한 발상으로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관계 명상 방법들을 쏟아낸다.

예를 들어 “옆으로 걸으면서 하는 가재걷기명상으로 평등정신을 함양해야 합니다”라든가 “안아주기 명상으로 세상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함을 선사해야 합니다” 등등.

관계로 마음 불편한 이들이, 주요한 타자들을 상징하는 여섯 방위를 향해 고통 없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관계회복 명상을 계속하게 되면, 머지않아 온 세상이 더불어 행복한 관계회복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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